명절이 남긴 공허함
명절이 남긴 공허함
추석 명절이 지났다. 북적이던 가족들이 모였다가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온기가 아니라 가라앉지 않는 마음의 소란이다. 마음이 도무지 안정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그냥 누구라도 만나러 밖으로 뛰어나가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밀려온다.
요즘 들어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휘감고 있다. 그 불안의 틈새로 내 인생의 A부터 Z까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일면 마음의 병이 든 것 같기도 하다. '병'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지금의 상태를 지극히 정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상하게도 나는 문제의 원인도 알고, 치료 방법도 다 안다. 어떻게 해야 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머리로는 명확히 그려진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마음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결국 해서는 안 되는 '탓'을 하기 시작한다. 세상 탓, 그리고 정부 탓. 정치꾼들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들의 잘못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깊이 파고들어 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나에게 있었다. 삶의 무수한 리스크 속에 '정치와 정책의 실패'라는 변수도 넣었어야 했다. 정치가 잘못되고 정책이 뒤틀리면 그것이 내 삶을 흔들 수 있다는 걸 계산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내 손으로 세웠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방심했고, 대비하지 못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엉켜버린 실타래 앞에서도 결국 답은 있는 법이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처방이 있다.
엄마를 보러 다녀오는 것.
인생이라는 게 결국 흘러 흘러 다 그렇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복잡한 계산도, 억울한 탓도, 내 탓이라는 자책도 잠시 다 물려두기로 한다.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엄마를 보러 다녀오는 것.
오늘만큼은 그것이 내 인생에서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하고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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