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78.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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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고 맑은 어둠의 시각이며 밤이다. 세리판 심의 이층집 발코니가 하얗게 더 있는 것 같다. 불이 켜져 있는 이층 창문 창살들도 하얗게 떠 있는 것 같다.
하늘 가득히 뿌려진 별은, 별 하나하나에서 뿜어낸 여광(餘光)들은 서로 녹아 흘러서, 그야말로 은하(銀河)인가. 지상에서 견사 같은 얇고 맑은 어둠이 부유(浮游)하고 있는 아름다운 밤이다.
인간의 살갗과 살갗이 닿는 것 이외 아무것도 없을 거란 말입니다. 상놈 양반, 식자가 가막눈이고 없어질 거란 말입니다.
-토지 2부 제4편 용정촌과 서울 12장 밤길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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