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백로 무렵에 보는 하늘은
높고 푸른 빛이었다
보름쯤 지나도
여전히 높푸른 하늘은 그대로인데
이제와서 매서운 눈길이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서러운 눈물처럼 지는 나뭇잎
여름내 가내 벼린 갈대잎이
파란 하늘을 찌른다
솨아아
머리 위로 쏟아지는 은하수
한로(寒露)/ 정양
찬이슬 내리면
억새꽃 하얗게 부풀고
찬이슬 거듭 내리면
벼이삭 거두어먹은 은행잎들이
벼이삭보다 더 노랗게 물든다
햇볕도 찬이슬 맞아 철이 드는지
감나무마다 주렁주렁 붉은데
찬이슬 맞아서 더 푸른 하늘이
찬이슬 맞아서 더 창백해진 낮달더러
너는 언제 철들어 익을 거냐고
짐짓 투정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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