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STEEM)에 묻어둔 나의 소명, 마음의 알

in #steem • 13 hours ago

스팀(STEEM)에 묻어둔 나의 소명, 마음의 알


칠흑같이 어두운 밤, 도시의 불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거친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이미 비가 한바탕 쏟아진 뒤라 길은 진흙탕으로 엉망이었고, 사방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지나가는 차의 방향으로 보아 천안리까지 가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마침 옆으로 1톤 더블캡 화물차 한 대가 지나가기에 손을 들어 차를 얻어탔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보니 뜻밖에도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초등학교 동창인 한응이와 상근이였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을 했으나,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나를 철저히 모른 척했다. 정말 모르는 사람처럼 서늘한 눈빛을 한 그들에게 나는 오랜 친구가 아니라, 그저 굴러 들어온 불청객이자 손쉬운 강도의 대상일 뿐이었다.

뒷좌석에 앉아 숨을 죽이고 있자니, 그들은 내가 듣고 있다는 것조차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음대로 섬뜩한 모의를 속삭였다. 내가 가진 돈 보따리를 통째로 빼앗고, 결국에는 나를 죽이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죽겠다는 생각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도 모르게 차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숨을 헐떡이며 도망쳐 흘러든 곳은 이름 모를 낯선 집이었다. 그러나 그 마을 전체가 산적 소굴이나 다름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급히 문을 잠갔지만, 방 안에는 이미 두어 명의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순진한 어린이가 아니라 외부의 강도들과 내통하며 나를 감시하는 첩자였다.

사방이 적들로 포위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외부로 연락할 길은 없었다. 경찰서에 신고하려 해도 그 흔한 전화기가 왜 그리 먹통인지 발신조차 되지 않았다. 창밖을 보니 아내와 가족들이 나를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아무리 벽을 치고 소리를 질러도 내 목소리는 가로막힌 채 밖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꿈속이었지만 숨이 턱 막히는 생생하고 지독한 답답함이었다.

눈을 뜨니 새벽 2시 반이었다. 늘 일어나던 시간이라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험악했던 꿈자리와 달리 새벽 공기는 차분했고,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이 시간은 나만의 고요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때다. 비록 오늘 새벽은 하늘이 잔뜩 흐려 늘 나누던 별과의 대화는 나눌 수 없었지만, 나서고 보니 밤은 여전히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기이한 꿈이다. 왜 하필 돈 보따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강도들과 맞서며 몸부림치는 꿈을 꾸었을까. 나를 해하려던 그 옛 동창들의 얼굴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문득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이렇궁저렇궁 분석을 내놓지만, 삶의 정답이 어찌 기계의 말 속에 있겠는가. 틀린 말도 아니고 맞는 말도 아닌 그 해석들을 뒤로하며, 사람이 산다는게 도대체 무엇인지 깊은 상념에 잠긴다. 결국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유한한 존재인데, 어떻게 살아야 진정 잘 사는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문득 어제 행사장에 가지고 나갔던 내 시집 《마음의 알》이 머릿속을 스쳤다. 시집을 낼 당시 내가 정의했던 ‘마음의 알’은 다름 아닌 ‘말(言)’이었다. 말을 내뱉을 때는 알을 품듯 항상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오늘 아침, 샤워실 안에서 마주한 ‘마음의 알’은 조금 다른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지금 내 안에는 조심해야 할 말 이외에, 인생의 마지막을 걸고 기필코 부화시켜야 할 또 다른 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진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그 알을 무사히 깨워내야 한다는 열망이 끓어오르는 것을 보면, 내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게는 여전히 꿈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 내 마음에 품은 그 알을 어떻게든 부화시켜 보자.

그동안 스팀(STEEM) 공간에서 꾸준히 이야기해 왔고 가슴 깊이 빌어왔던 온갖 다짐, 상생의 약속들, 그것이 바로 내가 평생을 거쳐 품어온 진짜 알이다. 주변의 냉소나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도 이 알을 잘 품어 무사히 세상 밖으로 꺼내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소임이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 굳건한 꿈을 품고 살아간다면, 앞으로 세상이 어떤 험난한 폭풍우를 몰고 오더라도 능히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단단한 삶이 되지 않겠는가. 꿈자리는 흉사였으나 깨어나 얻은 깨달음은 명징하다. 내 안의 알은 여전히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며 부화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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