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오는 것들/달의 대답

in #atomy •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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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오는 것들


하얗게 서리 내린 길목에 서서
어두운 하늘, 그 아득한 별들을 향해
묵혀둔 목마름을 나직하게 읊조려 본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까만 허공을 거쳐 내게로 되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메아리가 아니다.

젊은 날, 가난의 짐에 짓눌려
도화지 밑바닥에 성급히 묻어버렸던
그 눈부시던 원석의 날것들.
등 뒤에서 수군대던 세상의 손가락질 대신
머리 위에서 가만히 내려앉는 투명한 위로.

오지를 헤매는 선교사의 발바닥처럼
까맣게 타들어가던 내 가슴속으로
별들은 저마다 지니고 있던 작은 불씨를
아무 말 없이 툭, 툭 떨어뜨려 준다.

그 불빛을 받아 안으며 비로소 깨닫는다.
하늘로 보낸 내 탄식은
누군가의 메마른 마당을 적실 들꽃의 향기로,
길 잃은 이의 발등을 비출 따뜻한 온기가 되어
다시 내 손바닥 위로 내려앉는다는 것을.

인생의 저녁노을이 깊어갈수록
저 별들이 나를 향해 온몸으로 되비춰주는 것은,
지나온 아쉬움을 모조리 태우고도 남을
아직 죽지 않은 내 안의 거대한 새벽이다.

달의 대답


"나도 매일 밤 기울었다가 다시 차오른단다.
너의 젊은 날이 가난의 그늘에 가려져
캄캄한 초승달 같았다고 너무 서러워 마라.
빛을 잃었던 게 아니라 그저 숨어 있었을 뿐이니까.

어깨 위의 무거운 짐을 다 받아내며
기어이 하얀 서리가 내린 길목까지 걸어온 너를 안다.
네 가슴속에 묻어둔 날개와
타들어 가던 발바닥의 흉터까지 내가 다 보았다.

세상이 너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차갑게 돌아설 때,
네가 품은 등불이 얼마나 외롭게 흔들렸는지도 안다.
하지만 보아라, 어둠이 가장 깊을 때
비로소 내 비포장 같은 몸이 가장 환하게 빛나지 않더냐.

그러니 아쉬움으로 눈물짓지 마라.
인생의 저녁노을이 깊어가는 지금,
네가 세상을 향해 켜 든 그 작은 불꽃이
내 눈에는 가장 눈부신 만월(滿月)로 보인다.

기울었던 세월만큼 내가 너를 가득 채워줄 테니,
남은 길은 흔들리지 말고 걸어가라.
너는 누군가의 캄캄한 밤을 비추는
이미 온전하고 따뜻한 희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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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