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는 남자

in #zzan7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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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니 마음이 성글성글 해진다.
젊음의 절정이던 그때가 생각나고 그리워 진다.

양구의 그 험하던 산야로 거친 산등성이마다 단풍이 붉게 익어가고, 이내 찬 바람을 따라 서서히 떠나갈 채비를 하는 계절이다.
문득 서늘해진 가을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음 달로 다가온 우리 정기 모임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벌써부터 들떠진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러 모든 게 변했다지만, 고개를 돌리면 아직도 그 시절 기억들이 양구의 산야처럼 선명하게 서 있다.

기름때와 땀방울로 범벅이 된 채 105밀리 155밀리 양구 전지역의 대포란 대포는 모두 우리 손으로 고치고 받아냈던 그 옛날. 꽁꽁 얼어붙은 쇳덩이를 만지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전우들.
이제는 우리 안에도 어느새 인생의 깊은 가을이 찾아왔네.

"가을이 익어간다, 가을이 간다."

흘러가는 계절과 50년이라는 세월 앞에 문득 쓸쓸한 마음이 들 법도 하지만, 나는 우리의 가을이 결코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그 시절 거친 산야에서 야포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우리의 기백처럼, 우리가 살아낸 세월은 우리 삶을 더 단단하고 묵직하게 채워준 풍성한 결실일 테니까.
나도 가을이고 너도 가을인 지금, 이번 가을은 쓸쓸함보다는 서로의 인생을 가득 채운 긍지와 풍성함이 되기를 기원한다.

다음 달 모임 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막걸리 한잔 나누며 그 옛날 105밀리, 155밀리 포성보다 더 뜨거웠던 우리 청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자. 만나는 날까지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거라.
그리운 전우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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