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itkor • 4 hours ago

단추를 목까지 채워도
어쩔 수 없이 허전한 날을 위해
원고지의 빈 칸처럼 마음 몇 칸 비운다

펼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오래 된 사진첩 속의 얼굴과
덮어 두었던 이름들을 불러 내
그 자리에 앉혀 본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가야 할 날들과 힘을 겨루며
시소를 타는데
흐린 눈으로 들어오는 하늘빛이
낡은 장삼자락을 쓸어준다

목수국도 마른 꽃잎을 던지며
빈 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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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것들/ 나희덕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풀쑥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 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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