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8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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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간들간들한 전라도 사투리가 일렁이고 초가을의 햐얀 햇볕이 장꾼들 흰 옷 위에서 일렁이고 소음은 연기처럼 자욱한데 덕장수 죽장수는 그 자리에, 요기하는 농부와 장꾼들 사공, 더 이상 찌들 수도 없고 검어질 수도 없는 살가죽에 강을 건너온 가을바람이 선들선들 미칠 듯 지나간다.
담장 안에서 넘겨다보는 감나무에 풋풋한 열매가 수없이 매달려 풍성해 보일 뿐, 대문도 꼭 잠겨져 있었다.
청룡도 가진 놈과 바늘로 싸우는 격이지.
-토지 2부 제4편 용정촌과 서울 16장 강원도 인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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