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9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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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에게 이런 고집이 있었나 싶으리만큼, 그러나 죽음에 대비하는 것이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맘에선지 늘 몸을 닦아달라 했고 머리를 빗겨달라 했다.
생(生)과 사(死) 그 틈바구니의 빛깔이란 참으로 미묘하다. 시신은 아직 방에 있고 땅속에 묻히는 그 동안 숨막히는 그 시간을 사람들은 고인과 그리고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얘기로 하여 숨구멍을 트고 있는 것이다.
상여가 멎고 바람에 펄럭이는 만장이 멎고, 그리고 사람들도 멎었다.
-토지 2부 제5편 세월을 넘고 8장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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