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끝에 매달려온 엄마의 지혜

in #steem • 16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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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끝에 매달려온 엄마의 지혜


날이 부쩍 추워졌다.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

날로 연약해지시는 어머니에게 "추운 겨울에 가지 마시고 따뜻한 봄에 꽃 피면 그때 가세요. 그래야 아버지도 반갑게 맞이하실 거예요" 했더니, 따뜻한 봄이 아니라 추위가 오기 전에 가신다며 단풍이 낙엽 되어 떨어질 때 그 길을 따라가셨다.

그러니 이 계절에 어머니 생각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며칠 전에는 때늦은 태풍으로 남부 지방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한다. 늘 작은 땅덩이라 생각했던 우리나라가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위아래로 위도 차이가 있어 기온 차가 제법 나는 걸 보면 말이다.

날이 이렇게 추워지니, 찬 바람과 함께 왈칵 밀려드는 그리움 속에서 한순간 놓칠 뻔했던 어머니의 생전 말씀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무리 일을 좋아해도 세상일 다 끝마치고 죽은 사람 없고, 공부를 좋아해도 세상 이치 다 깨우치고 떠난 사람은 없다."

살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 깊은 진리는 사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등 뒤에서, 혹은 나이 들어 어머니와 나누던 따뜻한 대화 속에서 스며들듯 배운 것들이다.

어머니는 완벽하게 다 채우지 못하고 가는 것이 인생의 당연한 순리임을 당신의 삶을 통해 미리 보여주셨다. 그러니 무엇을 다 모른다고 해서, 혹은 다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한탄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요즘은 매일 무언가를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보편화된 덕분에, 이제는 '내가 배우고 싶다'는 욕구와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그 갈증을 언제든 얼마든지 채울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온갖 지식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머니 말씀대로 세상 이치를 다 공부하고 갈 수는 없겠지만, 떠나는 날까지 매일 조금씩 새로운 세상을 배워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은 참 재미있게 세상을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계절은 돌아와 다시 추워지고 어머니는 곁에 계시지 않지만, 내 기억 속에 살아 숨 쉬는 어머니의 지혜와 손끝에 닿는 새로운 배움의 즐거움이 있어 쓸쓸한 계절이 와도 제법 아늑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다다음주에는 기일에 맞춰 어머니를 뵈러 다녀올 생각이다. 벌써 어머니가 가신 지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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