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의 세월을 건너뛴 두 개의 총성이 오늘이라는 단 하나의 날짜에서 묵직하게 만난다.
창밖에는 흐린 비가 내리고, 내 마음에도 나직하게 비가 고인다.
많이 내리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며 가만히 달력을 가리킨 오늘, 10월 26일.
이날은 역사적 거사(擧事)가 70년의 시차를 두고 교차한 날이다.
1909년의 오늘,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하며
민족의 영웅이자 독립운동의 영원한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70년 뒤인 1979년의 오늘, 김재규는 궁정동에서 박정희를 쏘았다.
누군가에게는 장기 독재를 끝낸 영웅으로, 누군가에게는 국가원수 시해범이라는 엇갈린 낙인으로 남은 인물.
조국의 독립을 위해 총을 든 안중근의 오늘과, 독재의 심장을 향해 총을 든 김재규의 오늘.
흐린 하늘 아래,
70년의 세월을 건너뛴 두 개의 총성이 오늘이라는 단 하나의 날짜에서 묵직하게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