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역설
우리는 현대사회를 자유로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도 훨씬 넓어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대사회는 오히려 강박과 의무, 책임감으로 가득한 사회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기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는데, 정작 내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점점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여기에는 이른바 ‘선택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음식점에 메뉴가 몇 개밖에 없다면 오히려 쉽게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그런데 메뉴가 수십 개, 수백 개가 되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자유가 커지는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어쩌면 자유가 많아질수록 결단력이 약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흔히 규칙이나 규율이 없으면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제한도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모두가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회를 생각해보자.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자유가 있고, 다른 사람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자유가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자유로운 사회처럼 보이지만, 결국 서로의 자유가 충돌하기 시작한다. 내가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자유와 다른 사람이 조용히 쉴 자유가 충돌하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 마음대로 갈 자유와 다른 사람이 안전하게 지낼 자유가 충돌한다. 더 극단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해보자. 심지어 총이나 칼과 같은 물리적인 힘까지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나의 자유가 커질수록 오히려 타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에는 서로 간의 약속이 필요하다. 법과 규칙은 단순히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자유가 충돌하지 않도록 경계를 만들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은 오랜 혼란의 시기를 겪었고, 강력한 법치와 제도를 바탕으로 한 진나라가 결국 중국을 통일했다. 하지만 강력한 법과 통제만으로 사회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었다. 진나라는 지나치게 강압적인 통치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규칙이 없어서도 안 되고, 규칙이 지나치게 많아서도 안 되는 것 같다. 자유도 마찬가지다. 자유가 없으면 인간은 억압받지만, 자유가 아무런 제약 없이 무한히 확대되면 결국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반대로 규칙과 법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사라진다. 그래서 중용이라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얼마나 자유를 허용할 것인가. 어디까지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가. 개인의 선택을 어디까지 존중하고,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위해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가. 아마 사회를 운영하는 데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경계를 정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자유와 규칙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쩌면 좋은 규칙은 자유의 반대가 아니라, 서로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유냐 규칙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적절한 선을 찾는 일이야말로, 말처럼 쉽지 않은 ‘중용’인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먹다가 새로 간 음식점의 메뉴가 너무 많아서 푸념글을 한번 남겨본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ㅎㅎ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선택이 많이졌다고 행복한 건 아닌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일본은 그냥 태어난 곳에서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평범한 삶? 대도시는 다르겠지만, 뭔가 그런 평온해 보이는 일상이 좀 부러워요.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시네요.
자유가 많으면 자유에 허우적거리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