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in #kr-book15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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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인 룰루 밀러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학장이자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과 그 의미를 추적해 나가는 책이다. 책 제목도 그렇고, 대체로 이 책은 자연과학이나 과학 교양 서적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직접 읽어보면 오히려 자연과학보다는 인문학적인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서 출발한다. 사랑했던 남자와의 이별 이후, 그것도 본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것이 원인이 되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어버린 저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삶을 따라간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 강한 관심과 열정을 보였던 조던은 물고기를 채집하고 분류하는 일에 몰두했다. 이후 스탠퍼드 부부의 요청으로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위치에 올라섰지만 물고기에 대한 연구와 분류 작업은 계속해 나갔다. 그에게 있어서 물고기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던 것 같다. 세상의 혼란스러운 것들을 하나씩 찾아내고,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그가 평생 해온 일이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그의 연구 인생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30년 동안 모아온 수많은 물고기 표본들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쏟아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수집하고 분류하고 이름을 붙였던 물고기들이 모두 뒤섞여 버렸다. 그러나 조던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쏟아진 물고기들의 목에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이름표를 하나씩 꿰매 붙이며 연구를 계속해 나갔다. 이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에게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혼란스러운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들을 분류하여 질서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던 것 같다.

슬프게도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이 '분류'라는 행위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스탠퍼드가 사망한 이후 조던은 그의 아내 제인과 갈등을 겪게 되고, 제인이 스트리크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조던은 이 사건을 은폐하는 데 관여한다. 사실 스트리크닌은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기도 했던 독이다. 그래서 그가 제인의 독살에 연관이 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저자는 빼놓지 않는다. 이 작은 사실조차 책 전체의 이야기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이후 스탠퍼드 대학을 은퇴한 조던은 미국에서 우생학을 확산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여기서 책의 조던에 대한 분위기, 접근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물고기를 분류하던 한 열정적인 과학자의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어느 순간 그 '분류'라는 행위가 인간에게까지 확장된다.

어떤 사람은 우수하고 어떤 사람은 열등하다.
어떤 사람은 살아남을 가치가 있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인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고 분류하고, 그 안에서 다시 우열을 나누는 것.

결국 물고기를 분류하던 사람이 인간을 분류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우생학으로 인해 강제적인 불임 수술을 당했음에도 살아갈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우생학이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우생학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거대한 통계 속의 하나의 숫자로 보일 수 있다. 어떤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특정한 사람들의 삶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한 사람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삶이 있고, 기억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민들레 법칙'도 결국 이러한 생각과 연결되는 것 같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분류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세계에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분류 체계에서 벗어나는 수많은 존재들이 있다. 그리고 그 존재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숫자나 범주로 환원할 수 없는 고유한 삶이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책의 제목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다시 등장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평생 물고기를 분류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 그런데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물의 계통을 따라가 보면 '물고기'라는 하나의 자연적인 분류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물고기라고 부르는 생물들 가운데 어떤 것은 서로보다 육지에 사는 다른 동물들과 더 가까운 진화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들어놓은 '물고기'라는 범주는 자연 그 자체가 만들어놓은 절대적인 경계가 아니다. 그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분류일 뿐이다. 이것을 생각하면 책 제목이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을 분류하는 방식이 과연 세계 그 자체일까?

우리는 끊임없이 이름을 붙이고 분류한다.

동물과 식물.
정상과 비정상.
우수한 사람과 열등한 사람.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가 만든 분류가 마치 자연에 원래 존재했던 절대적인 질서인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물고기'라는 범주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경계들도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처음부터 상당히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의 삶을 단순히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평생 해온 분류하고 이름 붙이는 행위를 따라가면서,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처음에는 물고기에게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종을 분류한다.
그다음에는 인간을 분류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을 우수한 사람과 열등한 사람으로 나누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우리가 만든 분류가 자연의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아마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이것이 아닐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우리가 만든 분류 체계는 그 복잡한 세계의 일부만을 설명할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우리의 기준에 맞춰 재단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 책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계가 정말 세계 그 자체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책에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물고기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름과 범주, 그리고 그 경계가 자연 그 자체의 질서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이야기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과학의 문제를 넘어선다.

우리는 인간을 분류하고, 사회를 분류하고,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고, 세상을 수많은 범주로 나누며 살아간다. 그 분류가 편리하기 때문에. 때로는 필요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 분류가 어느 순간 우리에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 “저 사람은 이런 가치를 가진 사람이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준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룰루 밀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질서를 만드는 것과, 내가 만든 질서를 세상의 진리라고 믿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아주 작은 차이가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분명 옛날에 한 번 읽었던 책 같은데,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책을 다시 잡으니 결국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다 읽어버렸다. 아마 결말을 알고 있다는 것과 그 이야기가 다시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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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오… 읽었던 책인데 이렇게 되새겨 주시네요.
내용은 거의 까먹었어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중간에 내용이 중복되는데, 스팀잇이 또 말썽 부린 건가요?
리스팀 합니다. ㅎㅎ

최종 글을 복사 붙여넣기로 한번에 올릴때 에러가 나면 한문단씩 복사 붙여넣기를 해서 갱신하면서 올리는데.. 그 때 문제가 생기나봐요 ㅠㅠ

거기다가 이번에는 중간에 작업하다가 몇번 끊겼어서... 우생학 이야기로 마무리 하는 것보다 뭔가 그가 분류하는 작업 속에서 깨달은것과 빠뜨린 것이 무엇이 있을까로 마무리 하려다가, 또 딴 이야기(저 책에서 말한 캐럴 윤숙 킴 조사도 하고 하면서)로 빠져버려서...

원래 맨 처음 작업을 마무리한 것은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가 만든 분류가 마치 자연에 원래 존재했던 절대적인 질서인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물고기'라는 범주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경계들도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처음부터 상당히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끝이었고 이후에 추가로 저자의 의도를 뜯어보려다가 뒷부분을 추가하다보니 글이 다소 길어지고 정신없어졌네요 ㅠㅠ

ㅎㅎㅎㅎ 저도 자주 그래요. 귀여운 실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