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육아일기] 머슴이 된 샛별steemCreated with Sketch.

in #kids • 5 days ago

아이에게 배우는 삶


KakaoTalk_20261007_092246432.jpg

어제 저녁 둘째가 독후감상문을 써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우선 책을 선정했는데, 초3임에도 불구하고 글밥이 긴 책을 고르지 않는다. 결국 고른 책은 셋째가 보는 동화책이었다. 오케이. 취향 존중. 다음에는 초3에게 어울리는 권장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쓰자 이야기 하고 초안을 작성하라고 했다. 내용이야 둘째도 몇 번이나 본 책이니 줄거리 요약은 가능해 보였다.

둘째는 책을 후딱 읽은 후 셋째에게 전달해 주었고, 셋째는 나에게 책을 전달하며 읽어달라고 했다. 왠지 짬처리 당하는 모욕을 느꼈지만 서열이 낮은 나는 어쩔 수 없이 셋째를 무르팍에 앉히고 책을 읽어 주었다.

머슴이 된 샛별
어느 마을에 글 읽기만 하는 선비가 있었다(허생과 비슷한 선비가 여기 또 있구만!). 먹을 것이 없는데 일은 하지 않은 채 글만 읽었고, 아내님이 갖은 고생을 다하였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아내님은 노모와 삼형제(여기도 삼형제구만!) 몰골이 말이 아니니 남의 집 벼 이삭이라도 훔쳐오라고 시킨다. 한 밤중 선비는 벼를 훔치러 갔다가 밝게 빛나는 샛별을 발견한다. "샛별님,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되죠?" "그럼 안되고 말고." 양심적인 선비는 혼잣말을 한 후 그냥 돌아오고 칡뿌리를 캐 연명한다. 그때 한 머슴이 선비를 찾아오는데......

동화는 교훈적이면서 감동적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동화는 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썼던, 그리고 앞으로 쓸 동화들도 누군가 읽었을 때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셋째에게 책을 더 읽어주니 둘째가 독후감을 가져왔다. 예전과 다르게 줄거리를 깔끔히 요약했고(예전에는 책을 보고 베껴 써서 혼났음), 샛별을 보며 느낀점도 잘 정리했다. 100점 만점에 95점이라고 이야기 했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좋아하는 게 보였다. 선비를 봤을 때는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아내 입장에서는 어떤 감정이었을지 생각해 보라니 잘 답변했다. 이런 부분들도 정리하면 더 좋을 거 같다고 일렀더니 조금 수정해서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 모습이 참 기특하다.

둘째는 첫째와 다르게 이해하는 게 늦다. 첫째는 조금 영특한 면이 있어 그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첫째와 다르게 가르치는 보람이 크다.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공들여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 때는(물론 지금도 자주) 그런 둘째가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고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길게 보려 한다. 오히려 악착같이 해내려는 그릿(Grit)은 둘째에게 있기에 어쩌면 둘째가 더 큰 성장을 이룰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오늘 새벽에 달리는데 둘째가 쑥쓰럽게 웃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둘째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하고 틈틈이 동화도 잘 써놓아야겠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이 순간도 언젠가는 좋은 동화가 될 거라 믿는다.


파치아모 포코포코 - 우리는 조금씩 서로서로 나눕니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저도 제 조카에게 가끔 동화 읽어주는때가 있는데....

제가 빠져들때가 있습니다... 나는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건가 하는등의 말이죠

입꼬리를실룩거리며….. ㅎㅎㅎㅎ
귀여워요.
공부 잘 하는 형에게 치이지 않게 잘 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