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승

in #atomy • yesterday

image.png

청승

모두 방구석에 처박혀 잠든 새벽 세 시
소음이 지워진 잔디 광장을 걷는 사내
북쪽 찬 바람 한 바가지 퍼부어주니
그제야 고개 들고 짐짓 엄숙한 표정이다
별을 시샘해 박아 넣은 가짜 별들
모조품의 불빛 속에서
눈 동그랗게 뜨고 밤하늘 올려다보는 꼴이 가소롭다

사내의 귀에 꽂힌 낡은 서양 책
남편 죽었다는 소리에 방구석에서 만세 부르다
살아 돌아온 문짝 앞에서 숨 꼴깍 넘어간 여인
땅 위의 인간들 수준 다 거기서 거기다
마누라 죽으면 화장실에서 입 틀어막고 웃는 동네면서
눈물 몇 방울에 무슨 거창한 이름 붙이려나
누군가 사라져야 겨우 숨통 트이는 가련한 족속들

온전한 나로 서겠다며 겉멋 든 사내
주제넘게 나를 향해 고개 쳐든다
밤길잡이 삼으려는 심산인지
북두칠성 찾아 눈동자 바쁘게 굴리는 꼴
두리번거리는 양이 참으로 유치하다

고작 한 시간 좋아하다 들켜 숨진 여인이나
사라진 별자리를 찾겠다고 밤눈 까뒤집는 사내나
우리가 보기엔 얄팍한 숨바꼭질일 뿐
차가운 새벽바람과 함께 네 발밑에 툭툭 떨어지는 것은
우리가 졸다 깨어 흘린 눈물이 아니라
네 가련한 사색을 비웃는 서늘한 실소(失笑)란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