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이라 생각되면 피하고 보자.

in #atomy • yesterday

image.png

폭탄이라 생각되면 피하고 보자.


첫인상은 참 멀쩡했다. 말도 잘하고, 처음 만났을 때는 제법 호감까지 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겪어보니 사람이 참 기이했다. 늘 자신이 옳고, 마치 신이라도 된 양 전지전능한 태도로 상대를 대했다.

내 경험치로 비추어 볼 때, 한마디로 사악함에 가까운 부류였다. 본인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 척 위선의 말들을 카톡으로 보내오는데, 솔직히 역겨운 마음마저 들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문제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어쩌면 저렇게 모를까. 그 모습을 보며 인간은 정말 스스로를 보지 못하는 존재인가 싶어 으스스해졌다.

그러다 문득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는 과연 다를까?' 남의 눈에 비친 나 또한 저토록 눈멀고 오만한 모습은 아닐까.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숙제다.

이제 이런 짓 좀 하지 말라고 톡을 보낼까 하다가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것 또한 내 에너지를 낭비하는 부질없는 짓 같았다. 그가 보낸 이미지 하단에는 올리는 사람조차 부끄러워해야 마땅할 해괴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화가 나 그 부분만 잘라내 버렸다. 따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고발할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관두기로 했다. 내 마음의 청정구역에 굳이 그 오물을 남겨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 많이도 귀찮게 굴었다. 대화방 나가기를 해도 귀신같이 알고 다시 들어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와 이미지를 수도 없이 쏟아냈다. 하루에 한두 개 정도면 안부려니 하고 넘어가련만, 밤낮 없는 폭탄은 명백한 민폐였다. 온통 자기 잘난 이야기뿐이라 나중에는 아예 보지도 않았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기도 하고, 딱 그 수준의 맹신에 가득 찬 외침이었다. 늘 스트레스였는데, 오늘은 그나마 봐줄 만한 수준의 글이 왔기에 이런 넋두리라도 적어본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느리고 서툴지만, 꾹 참아가며 카카오톡에서 사람을 '차단'하는 방법을 배웠다. 젊은이들에게는 숨 쉬듯 쉬운 일이겠지만, 나 같은 연식의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능을 배우는 것조차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겨우 이런 것 때문에 애를 먹어야 하나' 싶어 속상한 마음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배워놓고 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방을 나가는 게 아니라, 내 삶의 궤적에서 그 사람의 주파수를 완전히 꺼버리는 '친구 차단'을 기어코 해냈다. 내 기준에서는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다. 어찌 보면 내게 새로운 스마트폰 기술을 강제로 독학하게 만들어 준 셈이니, 그 인간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독한 민폐 속에서 차단이라는 방패를 얻었고, 타인을 반면교사 삼아 나를 돌아보는 지혜도 얻었다. 역시 산다는 건 알 수 없어서 참 재미있다. 오늘부터는 스팸 광고보다 더한 카톡 폭탄을 피할 수 있어 참 평온할 것 같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