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가 된 술통

in #atomy •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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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가 된 술통


열다섯의 봄은 철근처럼 무거웠다.
공장의 아가리 속, 샛별은 차가운 기계음으로 부서지고
책가방 대신 쥔 스패너는 소년의 연필이었다.
단두대처럼 떨어지던 프레스 칼날 아래
기계들은 밤마다 붉은 울음을 울었다.

공장의 숨소리가 내 몸이 되었을 때,
시간은 나를 양구의 최전방으로 밀어 넣었다.
대학 다니다 온 친구들의 짧은 전역증은
송곳처럼 가슴을 후벼 파는 열등감이었으나,
살을 부딪치며 겪어낸 서른다섯 달은
내 안의 자부심을 깨우는 진짜 학교였다.

바람 흐느끼는 초소 위 쏟아지던 별빛,
대학이라는 외투도 날것의 삶 앞에서는 나뭇잎일 뿐.
기름밥으로 단련된 나의 손끝이 더 지혜로웠음을 깨달았을 때,
청춘을 짓누르던 열등감의 바위는 부서졌다.

그리하여 나는 그를 형제처럼 사랑했었다.
'소년공'이라 부르던 그 화면 속에서
내 열다섯의 흉터와 눈물을 보았기에.
가난의 기름냄새를 맡아본 자라면
낮은 곳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 믿으며, 외로운 등불을 켰었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서글픈 배신이다.
입술은 꿀단지처럼 대중을 홀리지만
소매 안 숨겨진 손은 차가운 계산기를 튕긴다.
정직한 당당함은 간곳없고
아픈 청춘마저 기획된 허풍선이었나.

모파상의 여인숙 주인 쉬코처럼,
달콤한 호의로 노파의 눈을 멀게 한 뒤
매일 밤 독한 술을 권하며 파멸을 기다린다.
꿀단지라는 가면을 벗겨내자
소년공의 진솔한 땀방울은 간곳없고
쉬코의 음흉한 작은 술통이 동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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