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은 주장하고 검증은 거부한 조희대, 국감 흔든 국민의힘의 막말
대법관 재제청 거부 경위·업무추진비 의혹 도마에
김태규 ‘부엉이바위’ 발언, 고인 조롱으로 번진 국감
대법관 임명 갈등과 사법행정의 책임을 확인해야 할 국정감사장이 대법원장의 선서 거부와 국민의힘 의원의 고인 조롱 발언으로 흔들렸다. 10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독립을 이유로 선서와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제청권에 관한 입장은 상세히 밝혔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질의를 제지하거나 이석을 요구했고, 김태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를 거론한 발언으로 발언권이 정지됐다.
조 대법원장의 일반증인 채택은 대법관 재제청 갈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법사위는 9월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범여권 주도로 증인 출석 요구를 의결했다. 당시 서영교 위원장은 법원행정처의 후보자 사퇴 종용 의혹을, 김기표 의원은 재제청을 둘러싼 내부 논의와 대법원장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이 주장들의 사실 여부 역시 국감에서 확인해야 할 대상이었다.
갈등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8월 청와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고,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본격화됐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명권의 무력화를 문제 삼았고, 조 대법원장은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응하지 않았다. 제청권과 임명권의 충돌이 대법관 공석 장기화로 이어진 상황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증인 채택 당일 기자들에게 국정감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이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국감에는 기관장 자격으로 참석하고 선서와 증언은 거부했다. 반면 제청권에 대해서는 준비한 원고를 꺼내 약 6분 동안 설명하며 국회와 대통령의 관여가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제청 지연의 배경과 협의 과정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자신의 권한을 설명하는 적극성과 그 행사 경위를 검증받는 태도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업무추진비 문제는 고가 식사 자체를 넘어 기록의 신뢰성으로 번졌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취임 이후 2년 9개월 동안 집행된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는 2억6천여만원이었다. 방배동 스시 오마카세 식사비는 기록상 1인당 2만8천원이었으나, 식당이 안내한 점심 가격은 7만5천원이었다. 일부 호텔 식사에서도 기록상 인원과 결제액으로 산출한 비용이 코스 가격과 차이를 보였다. 법원행정처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인원을 잘못 적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 22일 고양시 한정식집에서 집행한 213만9천원의 식사비에서도 자료 불일치 의혹이 제기됐다. 공개된 상세 영수증에는 코스 요리 35개와 주류 등의 주문 내역이 있었지만, 국회 제출 영수증에는 총액만 기재돼 있었다. 집행 내역의 참석 인원은 43명으로 기록됐다. 35명으로 계산하면 1인당 약 6만1천원인 비용이 43명으로 계산하면 약 4만9천700원으로 낮아진다. 주문 수량과 참석 인원이 다른 이유, 상세 내역 없는 영수증을 제출한 경위와 승인 책임이 확인돼야 한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직접 자료 조작을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서 예산 배정과 집행, 식사비를 자신이 알지 못했고 담당자가 일정을 잡으면 참석해 구성원을 격려했다고 해명했다. 구성원들이 평소 먹지 못하던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했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시정 의사와 사과도 밝혔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대법원의 와인 구매에 대해서는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개인의 음주 여부와 공금 사용의 적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구매 목적과 지급·사용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기존 사법행정 논란도 남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5년 5월 1일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항소심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선 전 이례적으로 빠른 사건 처리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다수의견에 참여한 판단이므로 조 대법원장 개인의 단독 판결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한덕수 전 총리 등과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는 회동 의혹에 대해서는 조 대법원장이 전면 부인했다. 해당 의혹을 사실로 확정할 수사 결과나 판결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과 서부지법 폭동 당시 대응도 국감 쟁점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계엄사령부의 파견 명단 요청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서부지법 사태 당시에도 법원행정처장이 현장에서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며 소극적 대응이라는 지적을 반박했다. 헌정 위기 당시 사법부의 판단과 조치는 관련 기록을 통해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질문을 다뤄야 할 자리에서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조 대법원장 방어에 집중했다. 김태규 의원은 질의 도중 답변하지 말라는 취지로 외쳤고, 곽규택 의원은 이석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일반증인 신문이 사법독립을 침해하고 대법원장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태규 의원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부엉이바위에 긁혔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를 정쟁의 조롱 소재로 끌어들인 발언이었다. 서영교 위원장은 국회법 145조를 들어 발언권을 정지했다. 김 의원은 정회 뒤 박은정 의원이 먼저 자신을 모욕했다는 취지로 항의했지만, 앞선 언쟁이 고인의 죽음을 조롱 소재로 삼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범여권 의원들 역시 거친 언사를 사용했다. 그렇더라도 대법관 공석과 공금 집행에 대한 검증이 고성과 고인 비하에 묻혀서는 안 된다. 사법독립을 주장하는 대법원장은 권한 행사와 예산 사용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를 옹호하는 의원들도 질문을 막기보다 자료와 근거로 반박해야 한다.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문제는 권한의 크기에 걸맞은 설명과 책임이 제대로 이뤄졌느냐는 것이다.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