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 뒤에 남은 분노, 사법부는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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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씨의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의혹에 대한 무죄 판단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같은 의혹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10월 7일 윤 전 대통령과 명태균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의뢰나 합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정의 결론만으로 의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제공된 여론조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를 제공받은 측이 얻은 이익은 무엇인지, 제기된 의혹이 충분히 규명됐는지에 대한 질문은 남아 있다.

김 씨 사건의 1·2심 재판부는 명 씨가 영업활동이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여론조사의 실시나 결과 제공이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제공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 했다는 사정과 제공받은 측이 이익을 얻었는지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판단은 어떤 증거에 근거했는가. 사법부는 이러한 질문에 판결의 논리와 증거 판단으로 답해야 한다. 무죄라는 결론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시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

김 씨의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석방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무상 여론조사·통일교 금품수수 사건의 상고심 구속기한은 10월 31일까지다. 기한 안에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사건을 근거로 구속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 별도로 진행되는 매관매직 사건에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는지가 변수다.

따라서 10월이 지나면 김 씨가 반드시 석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론조사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이 모든 혐의의 무죄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김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 일부와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구속기한이 끝날 수 있다는 상황은 재판의 신속성과 책임에 관한 질문을 낳는다.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와 재판이 지연되는 원인은 구체적으로 설명돼야 한다. 시민에게 기다림을 요구하려면 그 기다림이 왜 필요한지부터 밝혀야 한다.

구속기간의 제한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할 절차적 원칙이다. 분노가 크다는 이유로 기한을 무시하거나 유죄를 전제로 재판할 수는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는 정해진 절차 안에서 충실하고 신속하게 판단할 책임이 있다.

판결에 대한 분노를 단순한 감정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그 안에는 권력과 가까웠던 사람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 확인하려는 요구가 있다. 사법부는 비판을 피하려 하기보다 어떤 증거를 인정하고 배척했으며, 그 판단이 어떻게 결론으로 이어졌는지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재판의 독립은 판결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권한이 아니다. 외부의 압력 없이 판단할 권한에는 그 판단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책임이 따른다. 시민의 비판 역시 확인된 사실과 판결의 내용에 근거할 때 힘을 얻는다.

법 앞의 평등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같은 법리와 증거 기준이 적용됐음을 판결로 보여줘야 한다. 무죄 판단과 석방 가능성 앞에 남은 분노에 사법부가 내놓아야 할 답은, 시민이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