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쑥대밭 된 파리 명품거리 ‘부자들 잡아먹자’, ‘왕에게 죽음을’
18일 오후 1시(현지 시각), 본지가 찾은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명품 거리 생토노레 가(街)는 전쟁터 같았다. 과거 ‘왕들의 거리’ ‘황제들의 응접실’로 불렸던 파리 최중심 1구,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정원, 방돔 광장과 인접한 이곳은 세계적인 명품 의류·귀금속 브랜드와 최고급 호텔들이 밀집한 파리의 대표 명소다.
하지만 생토노레 거리를 비롯, 오페라 가르니에,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중심가 곳곳은 불타고 남은 자동차, 자전거들의 잔해와 깨진 유리, 보도블록 등으로 폐허를 방불케 했다. 튈르리 정원을 맞댄 리볼리 거리 도로에 시위대가 뽑아낸 도로 안내판 기둥, 부서진 채 쓰러진 대형 화분, 타다 남은 자전거 잔해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지진 같은 재해가 한 차례 지나간 폐허를 보는 듯했다.
콩코르드에서 샹젤리제로 이어지는 교차로인 마들렌 광장의 도로 곳곳에선 시위 다음 날까지 매캐한 연기 냄새가 났다. 알파벳 A에 원을 그린 낙서가 콩코르드 광장, 오페라 가르니에 등 곳곳에 그려져 있었다. 무정부주의(아나르시즘·Anarchisme)를 뜻한다.
방돔 광장엔 “부자들을 잡아먹자”(EAT THE RICH)라는 영어 낙서가 적혀 있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 계몽주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1712~1778)가 “민중이 더는 먹을 것이 없으면, 그들은 부자들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한 말이기도 하다.
혁명 당시 민중이 루이 16세 절대 왕정 철폐를 주장하며 외쳤던 “왕에게 죽음을(Mort au Roi)” 구호도 보였다. 이밖에 ACAB(모든 경찰은 X자식이다), “팔레스타인을 해방시켜라” “내일은 취소되었다” “사랑을 지켜내자” 같은 구호가 건물 곳곳에 적혀 있었다.
르몽드는 “상인들은 수억 유로에 이르는 피해를 입고 절규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유통연맹은 파리를 비롯, 낭트·리옹·보르도 등에서 수천 곳 매장이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방화와 약탈로 파괴된 건물은 물론, 도시 곳곳의 유리 안내판, 전기 자전거, 대형 쓰레기통·화분 같은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까지 전국에서 폭력 시위자 2400여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파리에서만 900명 가까운 사람이 체포됐는데 전례가 드문 수치다. 부상한 경찰 인력은 1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10대 청소년 두 명이 각각 손 절단과 한쪽 눈 실명 부상을 입었고 파리 시위 중 심정지로 사망한 시위자 1명의 사례도 보도되고 있다.
본문 이미지: 조선일보 파리=원선우 특파원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