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와 정부 당국은 들으라.
농림축산식품부와 정부 당국은 들으라.
전체 곡물 자급률이 20%대 초반에 불과하고, 국민이 두 번째로 많이 먹는 밀은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주곡인 쌀의 생산을 인위적으로 줄여 가격을 맞추겠다는 정책이 과연 제정신인가?
이것은 정책이 아니라 농업 포기 선언이다. 당국은 농지를 전수조사하며 농민을 옥죄고 재배 면적을 깎아낼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수입 밀을 국산 쌀로 갈아치울 대전환의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말라. 1960~70년대 정부가 주도했던 ‘혼·분식 장려 운동’은 식량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명목 하에 우리 국민의 식탁을 수입 밀가루에 통째로 넘겨준 역사적 오판이었다. 무려 반세기 동안 이어진 국가적 가스라이팅은 소비자의 입맛을 완전히 서구화시켰고, 오늘날 쌀은 남아돌아 천대받고 밀은 돈을 싸 들고 수입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낳았다. 과거 정책의 실패로 국민 식습관이 바뀌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국가 정책으로 소비 패턴을 다시 뒤집어야 할 때다.
언제까지 "쌀이 남으니 농사를 줄이라"는 한심한 소리만 반복할 것인가? 식량주권은 생산을 줄여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밥 대신 빵과 면을 찾는다면, 밀가루를 이길 수 있는 쌀 품종 개량에 국가적 연구 역량을 총동원하라.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을 수 있는 가루쌀의 유전적·물리적 한계를 완벽히 보완하여, 식품 대기업들이 군말 없이 수입 밀가루 대신 쓸 수 있는 혁신적 대체 품종을 내놓아야 한다.
동시에 가격 격차를 메울 파격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농지 규제와 행정 처리에 쓸 돈이 있다면, 이를 과감하게 ‘국산 쌀가루 가공 및 유통 보조금’으로 전환하라. 기업이 국산 대체 쌀가루를 수입 밀가루 값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혁신해야 비로소 시장이 열린다. 학교, 군대, 공공기관 식단부터 국산 쌀 가공식품 소비를 의무화하여 정부가 먼저 거대한 콘크리트 수요처를 다져야 한다.
땅을 지키고 식량 안보의 최전선에 선 농민은 감축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국가의 자산이다. 농가를 쥐어짜 생산량을 통제하는 관료주의적 규제를 당장 멈춰라. 기후 위기와 장마 속에서도 피땀 흘려 곡식을 키워낸 농민들이 정당한 가치를 보상받고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라.
농림부 장관과 관료들은 책상 앞 통계 놀음에서 벗어나 장관다운 배포와 안목을 보여라. 생산을 깎아내는 소극적 자해 행위를 멈추고, 기술 혁신과 소비 확대로 수입 밀을 밀어내는 진정한 식량주권의 길을 열어라. 농민이 당당하게 대접받고 우리 땅의 곡식이 식탁을 지배할 때, 이 나라의 미래 안보도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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