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in #krsuccess • 19 hours ago

지하철 역 밖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오른편에 붙어 서 있었다. 뒤쪽에서 큰 발걸음 소리와 함께 내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무거운 진동이 느껴졌다.

한 젊은 남자가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마치 송판을 격파하듯 발바닥으로 내리치며 올라갔다. 저렇게 걸어도 무릎과 발목이 괜찮을까. 뭐, 건강한 사람이라면야.

관절 건강과는 별개로, 저렇게 억세게 걷는 사람과는 굳이 함께 걷고 싶진 않아,라는 생각을 했다.

그 남자의 바로 뒤로 발바닥을 가볍게 계단에 얹으며 올라가는 사람이 있었다. 왠지 저 사람과 함께 걸으면 억지로 말을 꺼내지 않아도 되고, 서로의 간격을 유지한 채 평온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뭐, 굳이 목적지가 없어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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