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오후 3시의 지하철 안은 북적대지도 않고 한산하지도 않다. 나는 앉아서 간다. 나는 170cm에 60kg이다. 나는 체구가 작고 마른 남자다. 나는 엉덩이도 작아서 의자를 분리하는 양쪽 선이 여유 있게 보인다. 양쪽 다 2cm 정도 공간이 남는다. 나는 다리를 11자로 모으고 팔꿈치를 옆구리에 꽉 붙이고 어깨를 최대한 좁힌다.
팔꿈치를 옆구리에 꽉 붙이지 않으면 옆에 앉은 인간들이 휴대폰을 보면서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찌른다. 특히 게임을 하는 인간들은 쉴 새 없이 화면을 터치하면서 움찔거리는 팔꿈치로 계속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왜 옆에 앉은 인간들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찌르는 걸까. 팔꿈치에 내 옆구리가 닿는 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느껴지건 말건 상관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것일까. 나를 불편하게 하려고? 나를 쫓아내려고? 나는 굴복하지 않는다. 나는 내 팔로 내 옆구리를 철통같이 방어하고 끝까지 버틴다.
내 왼편의 인간이 일어나서 내린다. 객차에 막 들어온 60대 정도의 여자가 인간들을 밀치고 내 옆자리에 앉는다. 60대 여자는 작고 말랐고 마스크를 꼈다. 마스크를 꼈는데도 술 냄새가 진동한다. 입 냄새도 심하게 난다. 찌개 냄새도 난다. 몸에서도 냄새가 난다. 나도 마스크를 꼈는데 그 냄새를 맡는다. 냄새 분자는 바이러스보다 작아서 마스크를 쉽게 뚫고 들어온다.
작고 마른 60대 여자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휴대폰을 보면서 고개를 계속 까닥거린다. 내 쪽으로 다리를 벌린다. 내 왼쪽 종아리가 뜨끈해진다. 나는 다리를 11자로 모아서 앉아 있지만 옆의 여자와 다리가 닿아서 내 왼쪽 종아리가 뜨끈하다. 나는 다리를 1자로 꽉 붙인다. 나는 작고 마른 남자고 옆의 여자도 작고 마른 여자인데 몸이 닿는다. 나는 옆 좌석과 2cm 떨어져 있는데 여자와 몸이 닿는다. 여자는 몸을 계속 까닥인다. 여자에게서 진한 술 냄새와 퀴퀴한 입 냄새와 몸냄새가 난다. 내 왼쪽 종아리는 이제 뜨끈하지 않다.
작고 마른 60대 여자가 일어나서 내린다. 나는 다시 다리를 11자로 벌린다. 옆 좌석과는 양쪽 다 2cm 정도 여유 공간이 있다. 나는 옆 좌석을 침범하지 않는다. 나는 팔꿈치를 옆구리에 꽉 붙이고 어깨를 최대한 오므린다.
작고 마르고 냄새가 심한 60대 여자가 앉았던 내 옆 자리에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앉았다. 여자의 키는 160cm 정도고 비쩍 말랐다. 찢어진 검정 청바지에 멋스러운 액세서리를 했다. 얼핏 보면 여성 로커 같다. 여자는 휴대폰을 보면서 삐딱하게 앉는다.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앉는다. 다리가 벌어진다. 내 종아리에 여자의 다리가 닿는다. 내 왼쪽 종아리가 뜨끈해진다. 여자는 비쩍 말랐고 나도 작고 마른 남자다. 다리도 11자로 모으고 어깨도 좁혀 앉았는데 여자의 다리가 내 다리와 닿는다. 나는 다시 다리를 1자로 모은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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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욘 포세의 스타일을 흉내 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