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신경쓰자
가을이 오고, 또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회식 자리가 점점 많아질 텐데, 슬슬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 잦은 회식 때마다 식사량을 조절하려고 정말 애쓰고 있긴 하다. 주말에는 평소보다 더 강도 높게 헬스도 하고 있다. 그런데 운동 강도를 높인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체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걱정과 컨디션 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근육이 늘어나는 것이라면 오히려 반가운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주만 해도 캘린더에 여러 일정이 잡혀 있어서 벌써부터 조금 조심스럽다.
가끔은 그냥 이런저런 회의나 미팅에 가지 않고 내 할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얻는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모처럼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고, 오늘 들은 강의도 꽤 재미있었다. 역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일은 즐겁다. 강의 쇼핑, 책 쇼핑만큼 학자로서 재미있는 일도 별로 없으니까.
문제는 이런 즐거움을 누릴 시간이 점점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일정이 많아지면 공부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회의나 미팅이 끝난 뒤 이어지는 식사와 회식 자리까지 생각해야 한다. 먹는 양도 신경 써야 하고, 운동할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내가 좋아하는 공부와 연구에 쏟을 에너지는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뿐 아니라 머리를 쓰는 시간까지 줄어드는 셈이다.
언제쯤이면 조금 더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일단 지금 연구소에는 앞으로 1년 정도 더 있을 것 같다. 그다음에는 다른 연구소로 옮기든, 학교로 가든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텐데, 그곳에서 지금보다 여유로워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바빠질 수도 있다. 물론 결국 사람 하기 나름인 부분도 있겠지만, 조직과 환경이 달라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생기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궁금했던 내용을 파고들고, 머릿속에 떠다니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연구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정작 그런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연구를 하기 위해 연구소에 다니고 있지만, 연구 외의 일들 때문에 연구할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이랄까.
물론 모든 회의와 미팅,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구라는 것도 결국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다만 모든 일정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제는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는 것만큼이나,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은 조금 내려놓을지 결정하는 일도 중요해진 것 같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이런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 수 있을지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단순히 바쁜 일정을 잘 소화하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바쁜 와중에도 내가 좋아하는 공부와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내가 원하는 자유라는 것도 모든 일정과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상태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쯤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그 자유를 언젠가 주어질 것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지금부터 조금씩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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