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

in #kr-diary • 10 days ago

쉽지 않은 하루였다.

본가에 와서 모처럼 휴식을 좀 취하려고 했는데, 어째 일이 하나씩 꼬이기 시작한다. 어제 엄지손가락의 튼살이 뜯어졌을 때만 해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상태를 보니 꽤나 아프다. 어제부터 시작된 어깨 통증도 여전히 심하다. 어깨라도 뜨거운 물로 지지면서 풀어보려고 했더니, 지난번에 교체한 샤워기는 각도만 조금 틀어도 분해되고 만다. 노트북 앞에 앉아 뭔가 해보려니 이번에는 책상 틀까지 부서진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어깨 통증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손에 닿는 것마다 하나씩 고장 나거나 손상되는 것 같다. 쉬려고 본가에 온 건데, 오히려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지니 마음 편히 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오늘은 일어나서 헬스장에 가 몸도 좀 풀어주고 마사지 기계로 마사지도 받고 왔다. 그런데 마사지기의 강도 조절을 잘못한 탓에 어깨 피부에 가벼운 찰과상까지 생겼고, 오히려 상태는 어제보다 더 나빠졌다. 몸을 회복해 보겠다고 나름대로 이것저것 시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 셈이다. 몸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답답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다음 주에는 건강검진도 예약해 두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서 그런지 오늘따라 먹을 것이 유난히 당긴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날이다. 별일 아닌 것들이 하나씩 겹치다 보면 유독 모든 게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인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내 방 책상에 앉았더니 이번에는 메일이 두 통 와 있었다. 학제 간 연구는 역시 뭔가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어쩐지 저쪽에서 우리 쪽으로 과제를 던져주면서 나나 상사가 알아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협업이라는 게 서로 다른 분야의 관점을 맞춰가며 진행하는 일이겠지만,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이론적인 구조 그 자체이지, 그 구조를 활용한 응용 연구까지는 아니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지점과 상대방이 기대하는 결과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 같다. 이것도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의 시작이겠구먼.

문득 고통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고통은 내가 살아 있고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통을 그저 견디는 것을 넘어, 그것을 동력 삼아 무언가를 해나가는 일은 참 쉽지 않다. 고통이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 줄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바로 무언가를 해낼 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원래 본가에 와서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은 결국 모두 흐트러졌다. 그래도 프랑스 샹송을 들으며 동생이 읽어보라고 건네준 『파이 이야기』를 읽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던 시간은 참 좋았다. 계획대로 하루를 보내지는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 있는 순간도 있었던 셈이다. 물론 바나나 우유를 잘못 먹어서인지 배탈이 나는 바람에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고, 오후에도 몸은 영 편치 않았다. 하루가 참 여러모로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지난주 일요일도 하루의 시작은 좋았지만, 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의 흐름이 이번 주 전체로 이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몸이 아픈 데다 사소한 일들까지 연달아 꼬이고, 연구와 관련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니 마음이 편할 틈이 없었다.

그래도 내일만큼은 시작이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 마침 다음 주는 학회 기간이라 오히려 내게는 개인적으로 활용할 시간이 생길 것 같다. 그 시간을 이용해 건강검진도 무사히 마치고, 무엇보다 지금의 좋지 않은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거창한 무언가를 이루려 하기보다는, 몸이 조금 덜 아프고 마음이 조금 덜 복잡한 한 주를 보내고 싶다. 이번 주가 그랬듯 다음 주까지 모든 일이 꼬여갈 필요는 없으니까. 부디 내일은 좋은 시작이 되고, 그 기운이 다음 주 내내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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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컨디션이 난조를 보이는 날이 있지요.
한 주 좋은 일이 더 많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