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테마 : 죽음 4

in #kr-book • 3 days ago

생명은 언젠가 죽는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히려 삶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지금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죽음은 철학에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주제인 것 같다. 아무리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려 해도 결국 삶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죽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인간은 왜 죽는지,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삶의 일부인지에 대한 질문은 철학뿐만 아니라 의학과 생명과학, 심리학, 종교, 문학과 예술에서도 계속해서 등장한다.

오랜만에 죽음과 관련된 책들을 몇 권 더 읽어보았다. 철학적인 죽음부터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죽음, 그리고 문학과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죽음까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책들이다.

세네카 -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세네카의 죽음에 관한 여러 글과 명상을 모아놓은 책이다. 세네카는 죽음을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문제로 바라본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결국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이미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책은 이전에도 몇 권 소개한 적이 있어서 여기에서는 깊게 다루지는 않겠다. 다만 죽음에 관한 고전적인 철학적 사고가 지금까지도 반복해서 읽히는 이유는 어느 시대의 인간이든 결국 같은 문제를 마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으니, 결국 중요한 것은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임철규 - 『죽음』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한 임철규 교수가 쓴 『죽음』은 상당히 인문학적인 방식으로 죽음을 다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프로이트와 하이데거를 비롯한 여러 사상가들의 죽음에 대한 관점, 그리고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 나타나는 죽음의 의미를 따라간다. 특히 죽음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문학 작품과 연결해서 설명하기 때문에 단순히 철학자의 사상을 정리한 책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책에 가깝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고대 로마의 카토와 연결하여 다루는 부분에서 조금 과하게 영웅적으로 묘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은 약간 불편했지만, 그 외의 내용들은 상당히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생각거리를 많이 제공해주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서론에서부터 자살에 대한 이야기, 더 나아가 죽음이 선인지 악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혹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의미를 갖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결국 이 책에서 반복해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죽음과 삶이 완전히 분리된 두 개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삶을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효범 - 『사람은 왜 죽는가』

앞서 읽은 임철규 교수의 『죽음』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실제로 여러 철학자와 문학가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루다 보니 겹치는 내용도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조금 더 읽기 편했고 흥미롭게 읽었다. 아무래도 철학과를 전공한 저자라서 그런지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사실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철학자나 문학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어느 정도 내용이 겹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에피쿠로스, 스토아 철학,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죽음은 수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종교적 관점에서도 죽음을 다룬다는 점이다. 죽음을 단순히 생물학적 생명의 종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인간의 영혼,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까지 함께 살펴본다. 특히 책에서 이야기하는 ‘16가지 죽어야 하는 이유’와 같은 구성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단순한 지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통해 자신의 인문학적 사고를 넓혀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쉽게도 임철규 교수의 『죽음』과 이효범 교수의 『사람은 왜 죽는가』는 현재 품절된 책이다. 특히 『사람은 왜 죽는가』는 중고 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다. 원래 가격이 15,000원 정도였는데 중고책 가격이 10만 원에 가까운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다행히 전자책은 원본 가격의 절반 정도로 구할 수 있긴 하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최현석 - 『인간의 모든 죽음』

앞의 두 책이 죽음을 철학적·인문학적으로 바라보았다면, 『인간의 모든 죽음』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죽음을 바라본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인 저자는 죽음학과 의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어떻게 죽는지를 설명한다. 각종 질병과 사고, 생활습관, 만성질환 등이 사망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인간의 수명과 죽음의 원인이 어떤 통계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룬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최대 수명을 대략 125세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서부터 생활습관과 만성질환, 사고사, 자살, 타살 등 우리가 실제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다양한 원인들을 살펴본다. 철학책에서 죽음이 하나의 관념이나 실존적 문제였다면, 이 책에서 죽음은 훨씬 구체적이다. 결국 인간의 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지, 어떤 질병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죽음의 원인들이 실제 통계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나 장례 의식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람은 죽으면 끝나는 것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과 장례, 애도와 같은 형태로 계속 이어진다. 죽음을 단순히 생물학적인 사건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박연숙 -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이 책은 문학과 영화를 통해 죽음을 바라보는 책이다. 총 14편의 문학과 영화 속에서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살펴본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등 익숙한 작품들도 있고, 반대로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도 상당히 많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역시 내가 읽어본 문학 작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과 철학자의 생각을 알고 있으면 훨씬 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모르는 작품들이 나오면 그 부분에서는 약간 거리가 생겼다. 그럼에도 문학 작품과 그 작품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을 연결해 설명하는 방식은 꽤 괜찮았다. 죽음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여러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같은 죽음이라도 작품과 인물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숭실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가 아마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교양 수업을 진행했거나, 기존 수업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구성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책의 구성도 하나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 있다.

구인회 -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

추가적으로 구인회 교수의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죽음을 단순히 인간이 언젠가 맞이하게 되는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인간에게 있는 죽음의 의식 속에는 우리 자신의 존재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의미에 대한 물음까지 포함되어 있다. 죽음에 대한 질문에서 인간학과 존재론이 서로 교차하고,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탐색이 함께 이루어진다. 결국 인간을 이해하려는 철학이라면 인간의 사멸성에 대한 인식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영원히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언젠가 죽는 존재이고, 바로 그 유한성이 인간의 삶과 사고를 구성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철학은 죽음을 이해하는 데 과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죽음의 문제와 씨름해왔지만, 그렇다고 철학이 죽음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정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문제는 철학이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던져질 수밖에 없는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한다면, 결국 그것은 생명의 길을 찾는 것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생명의 윤리, 생명의 문화라는 것도 결국 삶의 문제와 연결된다.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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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들을 보면 같은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접근하는 방법은 상당히 다르다. 세네카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철학자들은 죽음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고민한다. 의사는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죽는지를 설명하고, 문학과 영화는 죽음을 통해 인간의 삶과 관계, 고통과 의미를 보여준다. 그리고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음에 대한 의식 자체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데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는다. 결국 죽음은 하나의 주제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넓은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죽음은 생명의 종결이지만, 철학적으로 보면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되고, 문학에서는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기억과 애도라는 또 다른 삶의 문제를 남긴다. 그래서 죽음에 관한 책을 읽을수록 오히려 삶에 관한 생각이 많아진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조건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유한성 때문에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만이 아니라, 죽음을 알고 있는 존재로서 지금 어떻게 살아가느냐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결국 삶에 대한 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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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주제라 회피하고 있네요.
피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사람마다 어딘가에 집착하는가 봅니다.
종교, 돈, 명예, 부…. 더러는 남 괴롭히는 것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