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일과 입

가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10여 명의 사람들과 일을 함께 해보면, 늘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일이라는게 아이디어를 내서 기획하고, 해당사업에 드는 비용을 받고, 결과물을 내는 세 가지 정도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은 의외로 별로 어렵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흥미롭고 재미가 있기도 하다. 비용을 내는 사람의 요구에 내가 아이디어를 덧붙이고, 그 후원자가 돈을 잘 내어놓고 내 아이디어가 그 후원자를 만족시킬 수 있으면 사실 일이랄 것도 없다.
어려운 것은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비용을 지급하는 과정에서는 어차피 동가의 가치교환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내는 후원자는 늘 일하는 사람의 부족함을 탓하고 이미 주기로 한 돈을 지급하면서도 생색을 내고 싶어한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아이디어의 실행단계다. 인터페이스가 제일 중요하다. 처음보는 이가 그 결과물을 이용할 때 쉬워야 하고, 예뻐서 가까이 하고 싶어야 한다. 그것이 완성도다. 두번 째는 내용이다. 짜임새가 좋아야 하고, 의미가 풍성해야 하고 오류가 적어야 한다. 디자이너, 편집자, 실무자는 늘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부딪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니까.
문제는 정체불명의 주변인들이다. 그 분들이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고 쪽수도 제일 많다. 주로 뭔가를 정해 놓으면 어떻게든 그 과정과 결과의 부정적인 면들을 마치 자신들이 감리원이라도 되는 것 처럼 쑤시고 다닌다. 남의 일에 입대기 좋아하는 호사가 好事家들이다. 그들의 공통된 특징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개 시간이 많고, 대개 말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내용은 그저 자신과 별로 상관도 없는 불특정 다수의 단점들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늘 떠들어 대거나, 어떤 일이 어떨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것들이다.
그런 호사가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무슨 말을 하고 다니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니까. 가만 보고 있으면 그정도로 예리하고 논리적이고 일의 선후를 잘 아는데, 아직 내가 하는 이런 작은 일에 입을 댈 만큼 한가할까 싶어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그들은 일을 망치는 훼방꾼들이다. 그들에게 일이 잘되게 하려는 충정이나 노파심 따위는 1도 없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그저 자신이 아닌 남의 일로 보이는 일이 잘 돌아가는 것이 배가 아플 뿐이다. 그들에게 좋은 마음이 1이라도 있었다면, 그들은 그들의 일이 잘되어 가는 걸 챙기느라 남의 일에 입 댈 시간 따위는 없을 거니까.
중요한 것은 한 가지다. 그들의 말은 창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음과 비슷하다. 도로마다 시간마다 자동차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그래서 뭔가 자동차의 현재 상태라던가, 도로의 정비상태라던가, 밤시간과 낮시간의 어떤 공기질서가 달라진다던가 하는 등의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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