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삼권분립. 사법부 권한 삭제. 독재의 시작.

in #kr • 2 hours ago (edited)

법원행정처를 없애겠다고 한다. 명분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이다. 그러나 법안을 들여다보면 권한은 분산되지 않는다. 자리를 옮길 뿐이다. 판사의 인사와 예산을 결정할 사법행정위원회 13명 가운데 법관은 4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9명은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외부 기관이 추천한다.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판사의 승진과 보직을 정하는 손이 법원 밖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판사도 사람이다. 자신의 다음 보직과 평정을 정치권이 추천한 위원들이 쥐고 있다면, 권력자가 연루된 사건 앞에서 소신을 지킬 수 있을까. 재판에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인사권만 있으면 충분하다. 사법부 독립은 판결문이 아니라 판사의 인사에서 먼저 무너진다.

시점도 문제다. 이 법안은 개혁 논의 끝에 숙성된 것이 아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때, 대법원장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다시 꺼내 든 카드다. 제도를 고치는 이유가 '사법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길들이기다.

1987년 헌법이 사법부에 독립을 보장한 것은 다수의 권력도 넘을 수 없는 선을 긋기 위해서였다. 입법부가 법원의 인사권까지 손에 넣으면 그 선은 사라진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고, 이제 판사까지 고르게 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 우리는 그것을 독재라고 부른다.

사법행정의 문제가 있다면 고치면 된다. 그러나 집이 낡았다고 기둥을 뽑아서는 안 된다. 삼권분립은 한 번 무너지면 다음 정권이 누구든 그 칼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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