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 마이클 이스터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알래스카와 북극으로 순록 사냥을 떠나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책의 제목인 『편안함의 습격(The Comfort Crisis)』이라는 개념을 직접 경험하고 생각해보는 이야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도록 진화해왔다. 안전한 곳을 찾고,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를 만들고, 따뜻함을 유지하고, 여분의 음식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노력을 줄이는 것. 거의 모든 인류의 역사에서 이러한 행동은 생존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에게 유익한 본능이었다. 오늘날의 현대인은 과거보다 훨씬 오래 살고,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시대와 비교해도 굶주림이나 질병, 폭력, 혹독한 자연환경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을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역설이 하나 있다. 우리는 분명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그 늘어난 수명이 반드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과학과 의학 기술은 인간의 수명을 크게 연장시켰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약물이나 각종 기계와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도 함께 만들어냈다. 과거와 달리 우리는 이제 먹을 것을 직접 사냥할 필요도 없고, 매일 먼 거리를 걸어 다닐 필요도 없으며, 혹독한 배고픔이나 추위와 싸울 필요도 없다. 거친 자연환경에 직접 맞서야 하는 일도 극히 드물다. 인간이 수십만 년 동안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위험을 피하며 살아왔던 환경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편안함의 부작용을 마주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육체적·정신적 건강 문제일 것이다. 물론 편안함과 편리함은 좋은 것이다. 누구도 다시 원시시대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더 편안한 삶이 아니라, 결국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일 테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문명의 발전과 편안함의 증가는 언제나 행복과 건강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편안함의 중독이다.
인간의 뇌는 어떤 상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 상태에 적응한다. 처음에는 엄청난 편안함과 만족감을 주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이 된다. 새로운 문명의 기기가 가져다준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이전에 누리던 편안함을 더 이상 특별하게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오히려 불편함이 된다. 오늘의 편안함이 내일의 불편함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편안함을 찾는다. 이렇게 편안함의 기준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저자는 순록 사냥을 떠나는 긴 여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통해, 우리가 평소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것들에도 나름의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순록 사냥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긴 여정, 따분함, 배고픔, 사냥 과정에서 마주하는 죽음, 그리고 사냥이 끝난 뒤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오는 과정까지. 평소라면 피하고 싶을 법한 경험들이다. 그런데 저자는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오히려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끄집어낸다.
대표적인 것이 따분함이다. 우리는 따분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 조금만 시간이 남아도 스마트폰을 꺼내고, 영상을 보고, 무언가를 검색하면서 빈 시간을 채우려고 한다. 하지만 따분함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외부의 자극이 사라지면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볼 시간이 생기고, 따분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출구를 찾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동하기도 한다.
배고픔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배고픔을 단순한 결핍 상태로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것 역시 인간의 생존을 위해 진화한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바라본다. 먹을 것이 없을 때 인간은 오히려 더욱 집중해서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적당한 배고픔은 몰입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배고픔이 무조건 굶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너무 쉽게 불편함을 제거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본능적인 두려움 중 하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지금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과 무엇이 중요한지를 더욱 선명하게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은 결국 불편함을 무조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편한 것을 만나면 그것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끊임없이 불편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남았다.
걷고, 뛰고, 굶고, 추위와 더위를 견디고, 위험을 피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그런 불편함을 견디고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인간을 지금의 인간으로 만든 셈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죽지 않을 정도의 고생은 오히려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모든 불편함이 좋은 것은 아니다. 굳이 고통받을 필요도 없고, 기술과 문명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다만 모든 불편함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 역시 좋은 삶을 만드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불편함이 없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불편함인지도 모르겠다. 편안함이 너무 당연해진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끔은 일부러 불편한 것을 찾아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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