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노약자석 앞에 서는 사람들
평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가지가 매번 눈에 들어옵니다.
노약자석은 비어 있는데 그 앞에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한 두 명이 아니라 다섯 명에서 일곱 명쯤이 한 줄로 서 있고, 자리 세 개가 그 줄 뒤에 빈 채로 있습니다. 매일 같은 풍경입니다. 자리를 비워둔 채로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묘한 균형이 있어서 한 번 적어두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앉지 않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노약자석이니까 어르신이 타시면 양보해야 하고, 어르신이 타셨을 때 자기가 일어나는 동작 자체가 어색합니다. 양보의 동작을 안 하려고 앉지를 않습니다.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이 합리성의 결과가 비어 있는 자리 세 개입니다. 어르신이 안 타시면 그 자리는 계속 비어 있고, 누구도 앉지 않은 채로 다음 역까지 갑니다. 비어 있는 자리 앞에 다섯 명이 서 있고, 다음 칸의 일반석은 가득 차 있는 그림이 매일 아침 반복됩니다. 자리의 분배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데, 사회적 규약으로 만들어진 쏠림이라서 누구도 그것을 바로잡지 않습니다.
가끔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앉습니다. 앉은 사람의 표정을 흘끗 봅니다. 대부분은 30 대에서 50 대 사이의 남성이고, 표정에 어떤 결심이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어르신이 타시면 즉시 일어날 준비를 한 채로 앉아 있는 표정입니다.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날 자신이 있으면 그 자리에 앉아도 된다는 자기 정당화가 그 표정 안에 들어 있어 보입니다.
본인은 그 자리에 앉지 않는 쪽입니다.
이유는 합리성보다 게으름에 가깝습니다. 어르신이 타시면 일어나야 한다는 신호를 매 정거장마다 확인하는 게 피곤합니다. 일반석에 앉으면 그 신호를 안 봐도 됩니다. 노약자석을 비워두는 사람들의 합리성을 흉내내고 있는 모양인데, 본인의 동기는 합리성과 무관합니다.
이 풍경이 portfolio 의 어떤 부분과 닮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작업할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에 안 들어가는 사이트들이 portfolio 안에 한참 있어 왔습니다. 누가 손대도 한 단계 올라갈 자리인데, 손대는 동작 자체에 어떤 어색함이 끼어 있어서 비워두고 다른 자리만 만집니다. 일반석이 꽉 차 있는데 노약자석 세 개가 비어 있는 그림과 비슷합니다.
오늘 아침 그 칸에서 한 어르신이 타셨습니다. 빈 자리 셋이 그대로 있었는데도 그 어르신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지 않고 두 칸 옆의 자리로 가셨습니다. 두 칸 옆도 노약자석이었고 마찬가지로 비어 있었습니다. 그 칸의 균형이 한 사람의 동작으로 잠깐 흔들렸다가 다시 평형으로 돌아갔습니다. 누구도 그 흔들림을 깨려고 하지 않는 자리에서 출근이 매일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