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3 김용범 정책실장이 사표를 낸 이유와 대미투자를 둘러싼 이재명 정권내의 파열음, 정태현 글steemCreated with Sketch.

9월 2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장관회의 틈새에 CNBC와 만나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면 세계 최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관세를 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반도체를 겨냥한 ‘표적화되고 신중하게 설계된 관세 정책’이 준비 중임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이 발표된 것은 8월 30일이었다. 그런데 그 이틀 뒤인 9월 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표를 내고 하루 만에 수리됐다. 공식 이유는 레버리지 TF 논란과 부동산 민심이었지만 배후에서 더 큰 압력이 작동한 결과다. 김 실장은 8월 말 김정관 특사와 함께 방미해 러트닉 상무장관과 면담했고, 9월 중 대미투자 1호 투자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직전인 8월 26일, 3500억 달러 대미투자 패키지를 총괄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KIC)의 김경한 전략투자본부장이 취임 두 달 만에 사임했다.

8월 15일에는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경질됐다. 실무 책임자가 투자를 코앞에 두고 연이어 교체되는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다. 대미 투자를 둘러싼 이재명 정부 내부의 파열음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그 배후에는 미국의 상식을 벗어난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정부는 15% 관세를 피하기 위해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투자 패키지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용범 실장의 “3500억 달러 패키지에 집중한다”는 발언은 오히려 미국의 진짜 요구를 실토한 셈이 됐다. 3500억 달러 외에 반도체 핵심 공장까지 미국 내에 건설하라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기 때문이다. 러트닉의 발언은 이를 확인시켜준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면 관세를 내라”는 말은 단지 투자 금액이 아니라 생산 시설 자체를 미국 땅으로 옮기라는 뜻이다. 한국 돈으로 미국의 부실을 메꾸라는 뻔뻔한 요구다. 더욱이 미국은 자국의 과거 원전 모델로 문제가 많은 AP1000 사용을 요구하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웨스팅하우스의 시공 하청 구조로 전락시키려 한다. 한국 경제의 핵심 동맥을 미국의 손에 넘기라는 것이다.

미국은 3500억 달러 합의와 15% 관세 유예를 약속했으나, 그와 동시에 한국을 무역법 301조 조사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는 대미투자 1호 투자 시기에 맞춰 인질극을 벌이는 것이다. 301조 조사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상대국의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언제든 고율 관세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이다. 미국 경제와 패권을 위해 한국 경제를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내수 침체, 청년 일자리 부족, 민생 위기 상황에서 500조 원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서민 경제 파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3500억 달러 대미투자를 전면 철회하는 것이다. 자해와 국부 유출, 굴종 외교를 멈추고 서민 경제를 지키는 주권적 결정을 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이 없어도 반도체 공급망을 재구성할 수 있지만, 한국은 500조 원이 증발하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러트닉의 발언은 미국의 본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면 관세를 내라.. 협상이 아닌 협박이다. 한국 정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지만, 이미 미국의 요구는 상식을 벗어났고, 그 압력에 굴복한 경제 라인의 연쇄 경질은 이를 증명한다. 이재명은 미국의 인질극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서민 경제를 지키는 결단을 내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