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23 하찮은 이야기와 거리두기, 김 호글
부처도, 예수도, 스피노자도, 마르크스도 ‘물렁이들’이 아니었다. 반대로 그들은 고집 쎈 현실주의자들이었고, 그들 대부분이 박해받고 중상모략을 받은 것은 그들이 덕을 설교했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가리는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일까? 바로 하찮은 이야기에 빠지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그들은 손가락을 바라보며 존재를 망각한 채 자신들이 휩쓸리며 젖어있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야기가 막히면 또 다른 사소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그런 능력에 탁월한 자들이 진실을 가리고 세상을 오염시킨다.
진부함을 참지 못하는 ‘고독한 군중’은 그들의 양식이다. 사디스트는 마조히스트가 있어야 존재한다. 그렇게 그들은 공생한다. 서로 고립과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이야기할 것을 가지기 위해 이야기한다. 자신을 향해...
그들은 세상을 향한 서사를 창조하지 못한다. 결국 가장 하찮은 자기 이야기를 반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질이 떨어지는 친구들을 택해야만 한다. 진영에 사로잡혀 맴도는 이유이다. 하지만 외롭다. 자신들도 재미없고 지겨운 철 지난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떠도는 가장 재미없고 지겨운 이야기는 바로 비핵화이다. 미국산 앵무새라는 말이 터져 나온 이유이다. 정말 탁월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현대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가까운 접촉을 두려워하지만, 혼자 있고 아무런 접촉도 가지지 못하는 것을 마찬가지로 두려워한다. “어떻게 외롭지 않으면서 혼자 지낼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바로 하찮은 대화의 기능이다. 그래서 하찮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처럼 독백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화의 환상을 만들어낸다. 필자의 독백 또한 대화를 위한 환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한반도를 떠도는 비핵화만큼 상대 없는 하찮은 이야기는 없다는 것이다. 삶은 소대가리가 터져 나온 이유이다. 차별화하고자 하는 그들의 유일한 이야기는 죽었다. 장벽을 쌓는 이유이다.
청와대 국방정책특보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10월 21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김여정 부장, 지뢰를 묻은 손으로 적대적 확성기를 잡지 마라”며 “북한의 도발로 우리 장병이 피를 흘렸다. 유엔사도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그런데도 김여정은 빤한 거짓말로 ‘자작극’이라 우기며 확성기로 위협한다”고 김 부장을 직격했다. 그는 “유비무환. 우리 군은 철통같은 태세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대비하라. 북한이 경거망동하는 순간, 즉각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나는 이미 문재인, 윤석열 정권도 상대해 보았지만 지금 정권의 ‘달구지’에 몸을 실은 자들만큼 어리석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들은 처음 본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관리들은 하나와 같이 판에 박은 듯이 닮고 뺀 천치들”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청와대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이라는 자는 횡설수설 말고 입을 당장 닥쳐야 한다”며 “총 한 방 쏘지 않은 사람들에게 총질해대며 도발을 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고 적반하장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핵무력이 완성된 시대 발목지뢰를 물고 늘어진다. 하찮다. 상대는 닥치라고 한다. 하찮은 이야기가 맴도는 세상에서 박정희의 핵개발은 살아있는 이야기이다. 독백을 벗어난 대화의 가능성이다. 목숨을 건 그들처럼 그는 그 이야기를 위해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미국산 앵무새이자 삶은 소대가리가 상대와 대화하고자 한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철없는 태극기 부대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하찮은 존재는 상대를 더 하찮게 만든다!
*에리히 프롬의 저서 <존재의 기술>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