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4일 월요일] 오늘의 일기

in #diary • 18 days ago

지난 금요일에 갑자기 포스코인터 인니법인 주재원으로 나가있는 대학 동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전에 포스코인터 PAR 법인에서 6월 CSP 채용 공고 뜬 거 보고 CV 넣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어디서 들었나보더라.

CV 넣은 게 맞는지 물어보면서, 어느 메일로 보냈는지 물어보길래 대답해줬는데

그날 오후에 포스코 인터 PAR 법인 HR 팀에서 화상 면접 보자고 메일이 왔다.

허얼............ 이게 이렇게 된다고?

아무튼 그래서 17일 목요일 오후에 화상 면접을 보게 됐는데,

갑자기 일이 이렇게 진행되니까 지난 금요일부터 해서 주말 내내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마음이 많이 어지러운 상태다.

막상 인니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현실적인 허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당장 집 전세보증금 지원 받은 거 어떻게 할지랑

지금 신용대출 받은 거 2억2천은 이제 퇴사하면 연장이 안 될 텐데, 이건 또 어떻게 하나 싶고

만약 합격하면 그쪽에서 근무 시작하길 원하는 날짜가 있을 텐데

지금 회사에 퇴사 통보하고 인수인계 다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이게 순탄하게 잘 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지금 본부장님은 장기간 외국 가 계시고

우리팀에 팀장님하고 나 딱 둘 만 남았는데

여기서 내가 빠지면 이게 업무 인계가 제대로 될 수 있는 걸까 싶다.

또 만약 한국 생활 다 정리하고 인니에 갔는데

막상 와이프랑 아이가 인니 생활에 잘 적응 못 하면 또 어떻게 하지?

그걸 다 떠나서 사실 PAR 법인에서 나를 정규직으로 뽑겠다는 건지 계약직으로 뽑겠다는 건지

근무지는 자카르타가 맞는지, 아니면 현지 농장에서 근무하는 건지

또 처우나 조건은 어디까지 가능한 건지

면접은 한국어로 진행되는 건지, 영어로 진행되는 건지, 인니어로 진행되는 건지 뭐 하나도 모르는 상태라

그냥 마음만 어지럽고 근심 걱정만 든다.

일단 혼자 죽 계산해봤는데

정규직에, 자카르타 근무고, Housing/자녀학비/차량지원/건강보험/항공료 등 복지 지원에 월 세후 6천불은 돼야

이직을 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이 조건을 과연 받아줄까 싶기도 하고

근데 또 사실 저 정도 조건 아니면 지금 생활을 굳이 포기할 이유도 없기도 해서

뭔가 더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기본적으로 인니는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고, 고급 주거단지와 그렇지 않은 곳의 환경이 극단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자카르타에 가족과 함께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한국에서 사는 것만큼 누리고 살려면 돈이 한국보다 많이 든다.

반대로 얘기하면 한국은 진짜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보장해주는 기본적인 삶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거다.

좋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아무튼 뭐 지금 단계에서는 될 확률보다 안 될 확률이 훨씬 더 높으니

일단 그냥 마음 편하게 면접 보고, 조건이나 처우 같은 거 물어보면 깎지 말고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그냥 던져보는 걸로 생각 중이다.

되면 좋고, 말면 말고.

지금 다니는 회사가 미래가 불안정하고, 뭐가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당장 무너질 것 같지도 않으니, 내 손으로 내가 밟고 선 땅을 부수고 나간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17일에는 일단 연차를 쓸 생각이다.

원래는 연차 안 쓰고 점심 때 그냥 회의실 하나 들어가서 면접 보려고 했는데

혹시 누가 들어올까 마음 졸이면서 하느니 그냥 마음 편하게 연차 쓰고 집에서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일기를 쓰면 마음이 좀 정리가 될까 싶었는데

심란한 건 매한가지네.

차라리 내년 이맘때쯤 면접 기회가 왔다면 조금 더 마음 편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금은 막내 퇴사한지 보름도 안 된 데다가, 본부장님도 공석이시고

전세계약 만료까지는 1년 3개월이나 남았고, 이래저래 지금 회사 생활 정리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은 시점이다.

이건 진짜 합격해도 문제네 ㅎㅎㅎㅎㅎ

아무튼 만약 지금 생각 중인 조건대로 받아준다고 하면 나도 한 번 더 진지하게 좀 고민해보고

그게 아니면 마음 접고 당분간은 한국에 눌러 살자.

지금 계획대로라면 어차피 7-8년 안에 은퇴하고 노동에서는 해방될 테니까, 굳이 기를 쓰고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괜찮잖아.

차리리 그동안 한국 있으면서 남는 시간에 은퇴 준비나 더 빡세게 잘 해서 노년을 더 행복하게 보낼 기반을 다져두는 게 낫지.

먼 이국만리 타향에 가서 고생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휴 진짜 이놈의 회사.

회사만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버텨줬으면, 지금 이런 고민 하나도 안 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텐데

사세가 기울면서 이직을 고민하는 지경까지 왔다.

내 나이 이제 42살.

참으로 큰 갈림길에 다시 서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