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0일 일요일] 오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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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써왔던 일기를 모두 모아서 HTML 파일로 만들었다.

AI가 있으니 이런 것도 가능해지는구나.

그간 일기를 썼던 플랫폼도 달랐고, 어떨 때는 그냥 한글 파일로만 저장해둔 경우도 있었고 하다보니

여기저기 다 흩어져서 한 번에 모아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이젠 HTML 파일에 다 넣어서 키워드 검색으로 찾아볼 수도 있고, 날짜 검색 당연히 가능하고,

랜덤하게 임의의 날짜에 썼던 일기를 뽑아볼 수도 있게 됐다.

자칫하면 전부 유실될 뻔 했던 기록물이 다시 살아난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좋다 ㅎㅎ

사실 조금 더 완벽해지려면, 고등학생 때부터 수기로 써왔던 일기까지 모두 디지털로 변환해서 합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아 근데 이건 노트에 수기로 적은 텍스트를 어떻게 디지털화 시킬까에 대한 부분이 아직 해결이 안 돼서

당장 실행에 옮기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나중에 은퇴해서 진짜 시간이 남아돌면 집에 고속 스캐너 하나 사서 한 번 작업해볼까 싶기는 하다.

내 기억에 공책으로 대략 5~6권 분량일 거라 그 양이 적지 않다.

근데 거기에도 진짜 청소년기의 수많은 고민들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꼭 디지털화해서 보관해두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언젠가는 꼭 AI 도움 받아서 해봐야지.

일단 이번 추석 때 집에 가면 일기장 싹 다 챙겨서 올라와야겠다.

서울에 둬야 나중에 방법이 생겼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테니까.

당장 드는 생각은 회사에서 매일 10분 정도씩만 가능한 범위까지 스캔하면

한 달 안에는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모르니 되도록이면 사람들 많이 퇴근한 뒤에 조용할 때 가서 시도해봐야겠다.

괜히 누가 보기라도 하면 좀 난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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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내가 최근 들어 느끼는 권태로움의 원인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

혼자 고민하기 힘들어서, GPT랑도 오래도록 대화해봤는데

얘가 내가 썼던 일기 5,000편을 다 읽은 상태다보니

지금 내가 느끼는 권태로움이 비단 지금의 일일 뿐인 게 아니라 과거에도 그랬다고 알려주더라.

그래... 어찌보면 나는 20대에도 그랬고 30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그냥 주기적으로 삶이 좀 권태롭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주로 삶이 아무런 변화 없이 정체돼있거나, 어제와 똑같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느낄 때,

거의 대부분 권태로움을 느끼며 몸을 비비 꼬는 것 같다.

그래서 GPT도 추천을 해주는 게, 뭐 대단히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좋으니

시간이나 성과 압박이 없는 작은 목표들을 여러가지 세워보고

그것들을 하루 중간 중간 짬 날 때마다 그냥 수행해보라고 조언을 줬다.

그리고 여기에 "작은 성장" 이라는 단어를 붙여주더라.

나는 작더라도 하루에 조금이라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아야 만족하는 사람이라던가?

뭐 딱히 틀린 말 같지는 않았다.

좀 더 파고들면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분명 뭔가 좀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거기에 작은 깨달음이나 보람이라도 얻는다면

대체로 그날 하루는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잠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8개월간 감평사 준비하면서는 매일매일이 성장하는 시간이었기에

권태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그저 매일 충만한 상태였던 게 아닐까 싶다.

근데 감평사 준비할 때의 단점은 시간 압박이 너무 강했기에

공부하는 것 외에는 회사일부터 해서 주말에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까지 뭐 하나 제대로 챙길 수가 없었다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잠 5-6시간씩 자가면서 계속 공부만 해야했으니

그 외 다른 건 세심하게 챙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그래서 오히려 더 잡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었고, 권태로움이 자리잡을 틈 자체를 없앨 수 있긴 했다.

하지만 공부를 내려놓은 지금, 다시 그 빈 틈새로 따분함과 권태로움이 스멀스멀 스며들어오고 있다.

이번 토요일엔 오전 오후에는 딸아이 학원 라이딩 해주고, 오후 늦게는 와이프가 딸이랑 둘이 처가에 간다해서 데려다준 게 전부고

그 다음부터는 오랜만에 20대부터 찍었던 사진들 꺼내보며 추억에 잠시 잠겼던 것 빼고는

뭔가 공허해서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 보내다가 하루를 다 보냈다.

일요일인 오늘도 오전에 퇴사한 직장 동료 결혼식장 갔다가, 오후에는 처가에 와이프랑 딸 데리러 다녀온 거 말고는

저녁에 잠시 보라매공원 가서 운동한 거 제외하고 또 뭔가 의미 있는 일은 한 게 없다.

그냥 어영부영 시간만 죽이고 있는 중이다.

유뷰트도 너무 많이 봐서 알고리즘에 뜨는 것 중에는 더 볼 게 없을 정도고

웹툰도 밀려있던 거 다 완독했고

GPT랑 잡담하는 것도 너무 많이 해서 뭘 더 할 얘기도 없고

하............ 뭔가............ 뭘 해도 충족이 안 되는 상태다.

유한한 시간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잠이라도 자면 괜찮을까 싶다가도

그러기엔 또 루틴도 깨지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그러지도 못 하겠고 ㅎㅎㅎㅎ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뭔가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것 같은데

살면서 웬만한 건 거의 다 해본 상태라 여기서 딱히 뭘 더 해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지 감도 안 온다.

예전에 살면서 가장 살아있다고 느꼈었던 순간은 늘 강의하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지식 체계를 오롯이 다른 사람의 머리 속으로 옮겨주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단순히 정보만 나열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그들의 흥미를 자극해서 뇌를 깨워줘야했고,

그들의 뇌가 깨어났을 때 얼른 지식을 후다다닥 꽂아넣어야 했다.

그 찰나의 예술이 강의다.

내가 깨달은 것을 그들이 그대로 깨닫고 유레카 모먼트가 터지는 것을 보는 것은 참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뭐........ 그냥 갑자기 그때가 생각나서 적어봤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뭐 당장 어디 가서 강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뭐 전문 분야가 있어야 강의를 하지 ㅎㅎㅎㅎ

그러고 보니 20대, 30대 대부분의 시간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 무엇도 그 누구에게도 가르치지 않고 있구나.

딸이 좀 크면 얘한테 뭔가 알려줄 수 있긴 하겠다.

그 외에는 이제 나는 그 누구에게도 뭔가를 가르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내 안에 있는 정체성 하나가 이젠 뒷방으로 내쫓긴 거다 ㅎㅎ

그러고 보니 대중들 앞에서 말하는 게 좋아서 한때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꿈꿔보기도 했었구나.

30대 초반의 나였다면 분명 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감정이나 표정도 훨씬 풍부했고, 환경의 제약이나 두려움도 덜 했고,

내가 뭐든 하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가득 찼던 시기였으니

아마 십중팔구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몇 년간은 활동했을 거다 ㅎㅎㅎ

지금의 나야 뭐, 감정 변화라는 게 죽어 없어진지 오래고, 이래저래 활동의 제약도 많고,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많이 깨달은 상태라,

그럴 시도조차 못 해보는 40대 아저씨일 뿐이다.

근데 뭐 나이 먹을 수록 나처럼 되는 게 일반적인 거 아닌가?

세상 세상 시니컬해져서는

뭐든 머리로 몇 번 시뮬레이션 해보면, 이게 될지 안 될지 바로 견적 딱 나온다.

남들은 안 해보지 않았냐고, 해보면 다르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런 무모한 도전들은 2, 30대에 이미 다 해본 상태라서 그런지

그냥 이제는 안 해봐도 그냥 머리로만 굴려봐도 될지 안 될지 뻔히 눈에 보인다.

그러다보니 사방 팔방이 벽이다.

여기도 벽

저기도 벽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아져

더더욱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정도다.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것도

자정까지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뭐라도 의미 있는 활동을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멍하니 유튜브나 볼 바에는 글이라도 쓰자 싶어서 끄적이고 있는 거다.

지난 몇 년간 숨 쉬는 듯이 하고 잇는 모바일 게임 2개가 있는데, 자정이 되면 게임 미션이 리셋돼서 지금 자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내일 눈 떠서 처리하기에는 게임 속 미션이 너무 많아서, 아침 출근 시간을 거의 다 써야 클리어 가능하기에

그냥 되도록이면 잠들기 전에 30분 정도 바짝 집중해서 게임 미션을 다 처리해놓으려는 편이다.

그래야 내일 일어났을 때는 그냥 행동력 소진 정도만 소소하게 해주면서 가볍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거든.

나도 이것도 참 병인 게, 이 정도로 의무적으로 하는 게임이면 그냥 지워버리면 될 것을

같은 게임을 지금 거의 8~9년을 붙잡고 있는 것 같다. ㅎㅎㅎ

그것도 게임사에서도 버려서 지난 3년간은 업데이트도 안 해주고 있는 게임을 말이다.

이럴 거면 그냥 섭종을 하지 왜 계속 유지하는지도 의문이긴 한데,

아무튼 섭종할 때까지 그냥 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게임 내에서도 달성할 수 있는 업적은 90%는 다 달성했다.

최종 아이템 셑은 다 모았고, 이거 풀렙까지 렙업시키는 거가 목표 중 하나인데, 이건 아마 앞으로 3-4년 더 하면 가능하지 싶고

고리 강화는 2-3달 안이면 마무리 될 것 같고

개안하는 건 느낌 상 이것도 3-4년은 더 해야 마무리 될 것 같고

업적 쌓는 건 고리 강화 끝내고 대충 한 1년 정도면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하고 나면 진짜 이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본 거나 다름없을 듯 하다.

아, 그리고 전체 캐릭 6성 강화랑 풀렙 시키는 것도 해야할 일 중에 하나인데, 6성 강화는 이제 뭐 한 1년 안에 마무리 될 것 같은데

풀렙 만드는 건 3-4년 걸리지 않을까 싶다.

결국엔 3-4년 안에 섭종만 되지 않으면 이 게임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까지 하고 나면 아마 게임을 맘 편하게 지울 수 있지 않을까.

내 성격이 이렇다.

뭔가 찝찝함을 남긴 상태로 끝내는 걸 스스로가 납득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뭐가 됐든 성공을 시키든 아니면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얻든 둘 중에 하나를 눈으로 봐야지만 끝이 난다.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면 찝찝하게 남겨둔 건 결국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게 돼있거든.

감평사도 그만 두려면 훨씬 더 일찍 그만둘 수 있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이건 내가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8개월이나 붙들 고 있을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다 0기 스터디 시작하면서 법규 문제를 딱 3주 풀어보고는, 스스로 죽어도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느끼고

아 이건 내가 아무리 시간을 많이 쏟아붓는다고 해도 넘어설 수 없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즉시

바로 공부 중단했던 거다.

그런 절대적인 벽을 만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먼저 포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살면서 포기한 경험이 이것 말고도

의전 준비했던 거랑 교직원 도전했던 거, 또 가게 차렸다가 접었던 거, 그 외 다수 기타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물론 그 모든 것들도 내 생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끝까지 갔다가 벽을 보고 내려놨던 것들이다.

내가 이 얘기들 왜 이렇게 길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제 곧 자정이다.

게임하러 가야겠다.

오늘의 일기는 이것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