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소송에서 이겼는데, 소송비용 독촉장이 돌아온다면?

in #av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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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전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변호사 보수다. 본인의 변호사 비용뿐만 아니라 소송에서 질 경우 상대방의 변호사 보수까지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을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패소자 소송비용 부담의 원칙(이하 패소자 부담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민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1990년 이전에는 소송비용에 변호사 보수가 포함되지 않아 승패와 상관없이 각자 부담했다. 1990년 1월13일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소송비용에 변호사 보수가 포함되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변호사 보수 전액을 물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규칙(‘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따라 소송가액(소가)별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소가 5000만원인 소송에서 변호사 보수 상한선은 440만원이다. 승소한 측이 변호사 보수로 700만원을 썼더라도 패소자에게는 440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

패소자 부담 원칙은 재판에서 이긴 사람의 경제적 손해(변호사 비용)를 보상해주는 합리적 제도다.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시작한 원고나 억울하게 소송을 당한 피고가 패소한 상대방으로부터 변호사 보수 일부를 돌려받는 것은 공평해 보일 수 있다. 또한 무분별한 소송을 억제하고 조정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하도록 이끄는 효과도 크다.
반면 돈이 없는 사람은 패소 시 물어내야 할 상대방의 변호사 보수 부담 때문에 소송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재력가는 승패와 상관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재판받을 권리가 있지만(제27조 제1항), 현실에서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법 접근성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패소자 부담 원칙은 공익소송도 크게 위축시킨다. 공익소송은 당사자뿐 아니라 동일한 처지에 놓인 다수의 권리를 구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 또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개선해 국가의 사회자본(신뢰·규범·사회적 네트워크)을 쌓고, 환경오염이나 범죄·갈등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순기능을 한다.

배상금의 세 배 가까운 소송비용 독촉
장애인 A씨는 평택시로부터 체납통지서를 받았다. 2016년 A씨는 학교에 가려고 버스를 탈 때마다 기사에게 반복적으로 탑승을 거부당했다. 버스회사 세 곳과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평택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버스회사 세 곳에 각각 100만원씩 총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평택시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버스회사를 상대로는 이겼지만 평택시에는 패소한 것이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평택시는 A씨에게 패소에 따른 소송비용 826만원을 내라고 독촉했다. 버스회사들로부터 받을 배상금의 세 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장애인 B씨는 한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직원의 폭행으로 인해 숨졌다. 시설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장애인들은 좋게 말하면 듣지 않으니 말을 안 들으면 때리라”고 지시해왔다. 숨진 B씨의 유족은 시설장과 관리·감독 주체인 평택시 등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들의 책임을 인정해 1억 4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청구 금액의 일부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장애인 거주 시설 학대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그런데 평택시는 원고가 일부 패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유족에게 소송비용 독촉장을 보냈다. 약 2000만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평택시는 A씨와 B씨 유족 모두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송비용 면제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송비용 예외와 관련해 지자체별로 대응은 다르다. 청주시는 소송비용 회수 예외 사유에 공익소송을 명시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동두천·성남시 등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공익소송에 한해 소송비용 회수를 포기하는 규칙을 마련해두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입법에 있다. 민사소송법 제98조와 제109조를 개정해 패소자 부담 원칙의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당장 손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도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소송법)’ 시행령 제12조를 개정하는 길이다. 이미 2020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해당 시행령을 고쳐 공익소송의 소송비용을 의무적으로 감면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미국은 공익소송 승소 시 상대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지더라도 물어주지 않는 ‘편면적 패소자 부담주의’를 채택해 공익소송을 적극 유도한다. 영국은 법원이 공익성을 인정한 사건의 소송비용을 면제하거나 상한을 두는 ‘보호적 비용 명령’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공익소송은 국가나 지자체, 대기업, 권력기관 등과 싸워야 하는 불공평한 소송이다. 일상에 익숙해져 이상한지조차 모르던 문제를 처음 제기하는 소송이 많아 패소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승소했을 때뿐만 아니라 패소한 경우조차 사회 전체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그로 인한 이익은 사회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공익소송의 비용을 개인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이 과연 맞을까. 사회를 바꾸기 위한 소송이라면 그 비용도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이지연 (변호사) [email protected]

공익소송여부를 판사가 판단해야겠네요

그렇게되면 거기에 따른 또다른 부작용이 존재하겠지요

소송남발과 억제 사이의 균형이라 너무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