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논란이 유난히 드센 이유… 보수 진영이 절대 못 참는 '성역' 건드렸다
이념적 극단화된 담론구조 속 논란 반복
이번엔 정치권이 적극 개입하며 불붙여
육여사 이미지·역사적 정설 손상 지적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은 늘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지만, ‘암살자(들)’은 영화계에서도 이례적이라 할 만큼 논란이 거세다.
‘암살자(들)’ 논란 더 거센 이유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간 역사 왜곡 논란을 겪은 영화는 주로 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10·26 사태를 담은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서울의 봄’(2023),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택시 운전사’(2017) 등으로, 인물 묘사의 공정성과 역사적 평가를 두고 시비가 벌어졌다. 많은 정보가 은폐·조작됐던 당시 시대 상황은 창작자에게 상상력과 질문으로 공백을 채울 여지를 줬고, 그렇다 보니 주로 보수 진영이 이를 문제 삼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 역시 이런 패턴의 반복이다. 영화가 육 여사 피살의 배후에 남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점에 있는 공권력이 있었다는 음모론을 조장한다는 게 비판하는 쪽의 시각이다. 다만 이번엔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롯한 보수 정치권이 선제적·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역사 왜곡 주장이 유례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영화 자체보다 외적 요인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보는 쪽에선,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게 현실이고 영화는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도 지적한다. 저격범 문세광이 소지했던 탄환 수보다 많은 총성, 사라진 탄환 등 극중 핵심 소재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수차례 다뤄졌다. 2005년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021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이 대표적 사례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방송 당시엔 별문제가 없던 사안이 ‘암살자(들)’에서 부각된 건 정치인들이 논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라며 “갈수록 극단적이고 폭력적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담론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육 여사의 서거를 다룬 창작물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논란이 불붙은 이유로 꼽힌다. 김성수 영화평론가는 “노년 세대에겐 아직도 육영수라는 신화가 깨지지 않았다”며 “신화가 일상의 서사로 내려올 때 생기는 고통을 한 번도 겪지 않았기에 논란이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내적으로는 역사적 사건의 정설 자체를 비틀려고 시도한 점이 논란 증폭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암살자(들)’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전작 ‘서울의 봄’과 ‘남산의 부장들’(2020)도 박정희 시대를 다뤘지만 10·26 사태, 12·12 군사반란 등 핵심 사건의 역사적 결론을 이야기의 틀로 유지하면서 남은 빈칸을 영화적 상상으로 채우는 식이었다. 반면 ‘암살자(들)’은 문세광의 저격이라는 정설을 중앙정보부와 박 전 대통령 배후설이라는 이설로 대체하려다 보니 무리수가 따랐다는 것이다.
현대사 영화 제작 위축 우려도
영화계에서는 작품을 둘러싼 과도한 논란이 창작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출석, 영화의 상영 금지 및 수익 환수까지 주장하고 있다. 인신 공격과 악성 댓글은 극중 주연을 맡은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은 물론이고 작품에 호의적 의견을 낸 배우나 평론가로 번지는 양상이다.
결국 허 감독과 출연진은 안전을 이유로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한국 영화가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기 위해서는 관객의 자유로운 평가와 비판이 보장되는 동시에, 창작자들 역시 과도한 외부 압력에 대한 우려 없이 창작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형석 평론가는 “이번 논란으로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의 기획과 투자, 배우들의 작품 선택이 모두 위축될 수 있다”며 “팩트가 사라진 채 공허한 논란만 반복하기보다 영화의 서사 방식 등 작품 자체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mail protected])
일단 지금으로서는 영화를 보기전이니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