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開封迫頭) - [한국영상자료원] 사랑의 역사: 신상옥x최은희 (2026.10.15 ~ 2026.10.31)


[한국영상자료원] 사랑의 역사: 신상옥x최은희


100년 전 1926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신상옥은 어린 시절부터 극장을 드나들며 나운규와 이규환,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을 두루 보며 자라난다.¹ 수동식 영사기를 구해 버려진 필름을 직접 돌려 보던 소년은 미술에 열중하던 도쿄 유학 시기를 지나, 귀국 후 생계를 위해 영화 포스터를 그리면서 다시 영화의 길로 들어선다.
또 다른 192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최은희는 <나그네>(1937)의 문예봉을 보고난 후 배우의 꿈을 꾸게 된다. 공교롭게도 소년 신상옥이 즐겨 보던 이규환 감독의 영화였다. 조선연극사와 백화가극단(白花歌劇團)을 거친 최은희는 해방 이후 토월회(土月會)에서 연기의 기본기를 다진다.²

두 사람의 길이 겹쳐진 것은 한국 전쟁 중이었다. 나날이 인기를 얻어가던 최은희의 연극을 보러 대구까지 찾아간 신상옥은, 공연 도중 최은희가 단상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자 객석 맨 뒤에서 단숨에 무대로 뛰어올라 그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이 일이 연이 되어 함께 <코리아>(1954)를 찍으며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으로 깊어진다. 당시 최은희와 가정을 이루고 있던 영화계 선배를 배신했다는 스캔들로 세상의 뭇매를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둘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작품 세계를 이어 갔다.

이미 인기 배우였던 최은희와 달리 신상옥은 한동안 잠재력을 지닌 신인으로만 여겨졌으나 1958년 <어느 여대생의 고백>의 흥행을 시작으로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1959), <동심초>(1959), <자매의 화원>(1959) 등 두 해에 걸쳐 내놓은 작품들이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잇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두 사람은 명실공히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배우 파트너로 떠오른다.

이들의 영화 인생을 상징하는 이름, 신필름은 1960년 창사 작품 <로맨스 빠빠>를 시작으로 이듬해 <성춘향>(1961)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를 연달아 흥행시키고 영화 인력을 결집하며 영향력을 넓혀 갔다. 신필름은 최은희 주연, 이강천 감독의 <사랑의 역사>(1960)처럼 신상옥이 연출하지 않은 작품까지 제작하며 영역을 확장했고, 1961년부터 1963년에 걸친 정부의 영화사 통폐합 조치 속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며 더욱 부상했다.

그러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 텔레비전을 비롯한 대중매체가 성장하며 영화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신상옥은 홍콩과의 합작을 돌파구 삼아 더 넓은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시설 기준 미달을 이유로 1970년 신필름의 등록이 취소되고, 영화 예고편에 검열을 거치지 않은 장면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1975년 신프로덕션의 허가마저 취소당하며 영화를 만들 길을 잃게 된다.³ 설상가상으로 신상옥이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두 사람은 1976년 이혼에 이르렀고, 1978년에는 홍콩을 찾은 최은희가 돌연 납북된다. 그리고 그를 찾아 홍콩으로 향한 신상옥 역시 같은 해 납북되기에 이른다.

북한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감금된 신상옥은 5년간의 옥살이 끝에 풀려나 최은희와 극적으로 재회한다. 1983년, 그는 ‘신필름영화촬영소’를 내걸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고 3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탈출기>, <소금> 등 7편을 연출, 13편을 제작 지도했다. 198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은 할리우드에 정착해 1991년 ‘신 프로덕션(Sheen Production)’을 설립하고 <닌자 키드> 시리즈 등을 연출·제작한다. 그리고 최은희가 캐스팅 디렉터로 함께한 신상옥의 유작 <겨울이야기>를 끝으로, 둘이 함께 걸어온 영화의 길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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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신상옥×최은희’ 특별전은 이처럼 숱한 굴곡을 함께해 온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떤 얼굴로 시대와 조우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먼저, 둘의 사랑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영화가 있었다. <성춘향>의 흥행 이후 신상옥은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사업 권유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국제극장 인수를 모두 사양하고, 대규모 소품 극장 설립과 제작에만 몰두하다 결국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는다. 이러한 선택들은 그가 이권과 보신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세간의 시선을 되묻게 한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북한 탈출을 감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새로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망이었고, 새로 정착한 미국에서도 신상옥과 최은희는 아무도 가지 않은 영화 제작의 황무지를 헤쳐 길을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사람의 작품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질시를 넘어 서로를 구원하는 자매애,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어딘가를 닮은 모성애, 끝내 이해할 수 없는 동료를 응원하는 우정의 마음까지 저마다 삐쭉빼쭉 입체적이다. <독립협회와 청년 리승만>(1959), <이 생명 다하도록>(1960), <쌀>(1963), <탈출기>(1984), <증발>(1994) 등 각기 다른 시대와 체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 역시, 뚜렷한 애정과 열정을 품은 인물들을 딛고 더 큰 이야기로 나아간다. 메마른 땅에서 일만 하다 병들어 죽은 아버지의 관 위로 쌀을 뿌리는 아들의 울음(<쌀>),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아버지가 딸의 생사를 확인하려 흙길을 기어가는 몸짓(<이 생명 다하도록>)은 거대한 이념과 체제 너머 그보다 더 큰 인간사의 애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의 시선에서 이들의 어떤 영화는 시대착오적 신파나 노골적인 정치영화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제작자의 셈법으로만 재단하기보다, 영화예술에 스밀 수밖에 없는 모순과 통속성, 과잉까지도 능청스럽게 끌어안았던 신상옥의 영화적 인간으로서의 면모로 바라볼 때 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작가 신상옥’과 ‘제작자 신상옥’을 나누고 우위를 가르려는 시선에, 신상옥은 “영화란 개인의 예술성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사회라는 거대한 바다를 헤엄치며 영향력을 미치는 생명체”라고 답한 바 있다.⁴ 모든 사랑이 저마다 가장 위대한 역사임을 믿게 만드는 그의 영화 속 낭만은, 영화 매체와 인간사를 향한 그 신념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리라.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신상옥과 최은희가 남긴 사랑의 역사는 우리가 왜 영화를 보는지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성춘향> 속 이몽룡이 춘향을 향한 애틋함을 적어 내려간 글귀처럼, 하늘과 땅이 영원하듯(天長地久) 바다가 마르고 돌이 닳아 없어질지라도(海枯石爛) 변치 않을 사랑의 기록을 바라보는 일.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짓궂은 웃음을 주고받았을 연인을 상상하고, 그들이 필름 곳곳에 아로새긴 사랑의 농담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가 여전히 영화를 보는 것은, 바로 그런 마주침 때문일 것이다.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 상영일시 : 2026년 10월 15일 (목) ~ 10월 31일 (토)
  • 장소 : 시네마테크 KOFA

자세한 내용은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을 참고하세요.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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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피터님이 작성하신 건가요?
아님 퍼오신 글?
두 예술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네요.

ㅋㅋ. 퍼온 글입니다.
출처 기록해 두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