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11 한전이 웨스팅하우스 인수하면, 한전이 민영화하여 해체되는 수순. 정태현 글steemCreated with Sketch.

in news 지정학과 세상읽기8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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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투자 협상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에 요구하는 원전 모델은 AP1000이다. 그런데 이 모델은 미국 내에서 이미 막대한 비용 초과와 공기 지연이라는 재앙적인 실패를 겪었다. Vogtle 3·4호기는 당초 2016~2017년 준공을 목표로 했으나 2023년 7월 3호기, 2024년 4월 4호기가 되어서야 완공됐다. 총사업비는 약 368억 달러로 불어나 당초 예산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V.C. Summer 2·3호기는 2013년 착공했지만 2017년 7월 건설이 중단·폐기되면서 약 90억 달러가 사라졌다.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했고, 모듈러 공법의 대규모 적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시공 품질 문제와 규제 변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전례를 가진 모델을 미국이 한국에 ‘수출 원전의 기준’으로 요구한다는 것은 결국 자국에서 발생한 사업 위험과 실패의 부담을 한국이 떠안으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한국이 APR1400으로 축적해온 기술과 실제 수출 실적을 외면한 채 미국의 모델을 채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한국 원전산업의 기술적 자립성과 선택권을 훼손하는 행위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에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의 원전산업이 안고 있는 사업 위험을 한국으로 이전하려는 의도다. 2006년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를 약 54억 달러에 인수해 원전 사업 확대를 노렸다. 그러나 미국 내 AP1000 최초 건설 사업인 Vogtle과 Virgil C. Summer에서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이 누적되면서 웨스팅하우스의 경영 부담은 급격히 커졌고, 결국 2017년 3월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은 도시바의 적자를 크게 누적시켰고, 도시바는 결국 2023년 상장을 폐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웨스팅하우스는 파산 이후 2018년 브룩필드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매각됐고, 2022년에는 브룩필드 재생에너지와 카메코 컨소시엄이 약 79억 달러에 부채를 포함한 조건으로 다시 인수했다. 현재 지분 구조는 브룩필드 51%, 카메코 49%다. ‘캐나다 사모펀드 소유’라고 표현되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캐나다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가 최대주주로서 중심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전의 재정 상황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2026년 6월 기준 한전의 연결 부채는 210조7천억원으로, 2025년 말 205조6천억원보다 5조1천억원 증가했다. 2026년 상반기에만 2조1천억원을 이자로 지출했다. 이처럼 막대한 부채와 이자 부담을 안고 적자가 누적된 공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서 기술사용료를 감면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기술사용료를 특별히 낮춰 지급하거나 특정 사업에 유리한 조건을 적용한다면 미국 내 공정경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사용료 문제는 한국이 체코에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이미 현실화됐다. 웨스팅하우스가 ‘자사 원천기술이 사용됐다’고 주장하면서 지식재산권 분쟁이 발생했고, 결국 2025년 1월 한전과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합의했다. 합의에는 향후 50년간 수출 원전 1기당 1조원대의 기술사용료와 물품·용역 구매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과 함께 북미·유럽 시장에 대한 독자적인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명확하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 가운데 원전 분야 자금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와 AP1000 건설에 투입된다. 한전과 한수원을 통해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중심이 된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AP1000은 웨스팅하우스의 설계를 사용한다. 한국이 실제 시공을 맡더라도 기술사용료와 로열티, 관련 구매 비용은 웨스팅하우스 측으로 흘러간다.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서 설계·인증·핵심 기자재에 대한 미국 측의 영향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한국이 원전을 건설하면서도 설계·인증·핵심 기자재는 미국이 장악하고, 한수원은 시공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한다. 더구나 미국 원전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는 구조인 만큼 한-미 정부 간 협력이나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만으로 실제 사업 참여가 보장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한전과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일부를 사들여 배당을 받는 구조가 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공기업이 왜 이런 위험한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는 1970~80년대 한국 중공업이 일본과 미국의 기술에 의존하면서 형성됐던 하청 구조의 재연이 될 수 있다. 당시 한국은 ‘기술 이전’을 약속받았지만 실제로는 조립과 시공을 담당하는 데 그쳤고, 핵심 기술과 지식재산은 여전히 외국 기업에 남았다. 원전 분야에서도 그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500조 원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내수 침체와 청년 일자리 부족, 민생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은 당연지사다. 한국 경제의 핵심 동맥이 끊어진다. AP1000 채택과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는 한국 원전 기술의 종속을 의미한다. 한전·한수원이 미국의 부실을 떠안으면 그 손실은 결국 전기요금과 공공요금, 재정 부담 등을 통해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UAE 바라카 원전 4기를 완공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이 이미 축적한 APR1400 기술과 수출 경험을 외면하고 AP1000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AP1000을 채택하면 APR1400을 중심으로 쌓아온 기술력과 수출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에 자국에서 비용 폭증과 사업 중단을 경험한 모델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고, 부실 기업의 지분 인수를 통해 그 사업 위험까지 떠안게 하며, 한수원을 시공 하청업체로 전락시키려 한다. 이재명 정권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의 산업적 이익과 기술적 자립, 국민의 민생을 지키는 결단을 내릴 것인가. 1970년대 일본과 미국의 기술에 종속됐던 하청 구조, 2000년대 도시바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웨스팅하우스 인수, 2020년대 Vogtle에서 드러난 AP1000의 막대한 비용 폭증. 한국은 이 세 장면이 던지는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