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7 조선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태도 변화, 정태현 글

조선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되고 있다. 2026년 10월 3일에도 조선은 동해상으로 중거리 전략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시험발사를 지도했으며, 약 1,000km를 비행해 동해상의 목표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이 시험한 것은 단순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변칙기동 능력을 갖춘 극초음속 계열의 전략무기였다. 올해 들어 조선의 미사일 시험은 이미 10차례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의 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2025년 10월 22일 주한미군은 조선의 여러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 개발을 거론하며 이를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추가 행동을 자제하라고 요구했고,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했다.
11월 7일에는 표현이 한 단계 누그러졌다.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라는 규탄은 남았지만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표현은 사라졌고, 미국은 조선에 추가적인 불안정 행위를 자제하라고 촉구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26년 들어 표현이 달라졌다. 1월 27일과 4월 8일, 8월 6일, 8월 20일, 9월 11일, 10월 2일의 성명은 완전히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최근 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으며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그리고 핵심은 다음 문장이었다. “현재 평가에 따르면 이러한 발사는 미군 병력이나 미국 영토, 또는 동맹국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미국이 더이상 조선의 미사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 움직임은 정반대다. 10월 3일 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동해 상공에서는 미군의 핵심 정찰자산 3대가 동시에 움직였다. 미 공군 RC-135S 코브라볼은 3일 오전 5시 26분께 일본 인근에서 동해 쪽으로 진입했고 조선이 오전 6시 30분 미사일을 발사할 때도 현장 인근 상공에 머물렀다. 해상감시용 MQ-9B 시가디언은 전날 밤부터 한반도 동해와 가까운 해역을 감시했고, 통신과 전자신호를 수집·분석하는 아레스 역시 발사 시각 동해 먼바다 상공에 있었다.

코브라볼은 이름 그대로 평범한 정찰기가 아니다. 세계에 세 대뿐인 특수 정찰기로 알려져 있으며 탄도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발사 이후 비행궤적과 탄두 재진입 정보를 추적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여기에 장시간 체공하며 해상을 감시하는 시가디언과 통신·전자신호를 수집하는 아레스가 함께 움직였다. 이것은 단순한 순찰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감시수단을 겹쳐 조선의 미사일 활동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말과 행동 사이에 묘한 차이점이 생긴 것이다. 입으로는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들의 눈과 귀는 총동원했다. 발사 전에는 징후를 찾고, 발사 순간에는 궤적을 좇았며, 발사 이후에는 비행 특성과 전자정보를 수집한다. 조선이 무엇을 발사했는지, 어디로 날아갔는지, 어떤 방식으로 기동했는지를 최대한 자세히 알아내려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의 미사일 능력을 너무나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말과는 달리 정보수집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실제로 미국 군사당국의 평가도 매우 명확했다. 자비에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5년 4월 9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증언에서 조선의 탄도·순항미사일 전력이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 주둔 미군, 동맹국에 위협을 가한다고 밝혔다. 조선이 2024년 탄도미사일 47발을 발사했고 극초음속 활공체 연구개발을 진전시켰으며, 향후 극초음속 무기와 다탄두 각개목표 재진입체(MIRV)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브런슨은 조선이 러시아에 병력과 군수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러시아로부터 우주·핵·미사일 관련 기술과 전문지식, 물자를 제공받고 있으며, 이러한 협력이 향후 3~5년 동안 조선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군사당국이 조선의 핵·미사일 능력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단순한 지역적 문제가 아닌 전략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1년 뒤 주한미군의 공식 성명에는 이런 위협 평가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불법”도 사라지고 “유엔 결의 위반”도 사라졌다. 대신 “현재 평가상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반복된다.

주한미군의 성명은 왜 차분해졌을까. 여기에는 2026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조선 접근법 변화가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조선과의 대화 가능성을 반복해서 열어놓았다.

2월 26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당시 트럼프 1기 때 세 차례 정상회담이 한반도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9월 1일에도 백악관은 미국의 대조선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재확인했다.

10월 2일에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한층 더 직접적으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과 대화하는 것을 “양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와도 대화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심지어 10월 3일 중간선거를 위한 오하이오 유세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112개를 갖고 있을 때는 잘 지내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며 조선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까지 했다.

미국이 조선의 미사일 발사를 매번 “불법적 도발”로 규정하고 강하게 규탄한다면 조선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데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군사적 감시와 대비태세는 유지하되 공식 성명에서는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면 상황을 관리하면서 외교의 문을 열어둘 수 있다.

때문에 2026년 들어 주한미군의 발언 수위가 낮아진 데에는 미국이 조선의 미사일 능력을 낮게 평가한다는 뜻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군사적으로는 더 꼼꼼하게 보고, 외교적으로는 더 신중하게 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에게 조선의 미사일은 여전히 심각한 군사적 관심 대상이다. 그렇지만 모든 발사를 새로운 위기로 만들 필요는 없어진 것이다. 발사 사실은 감시하고, 궤적은 분석하고, 필요한 군사적 대비는 유지한다. 그러면서 공개적인 언어에서는 긴장을 더 끌어올리지 않는다. 지난 8월 중순 트럼프의 지시로 계획된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을 축소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의 전략적 시야 자체가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2025년 4월 증언에서 한반도를 “인도태평양의 핵심 지역”으로 규정했다. 주한미군의 임무 역시 한반도 방어에만 한정하지 않고 미국 본토 방어, 한미동맹 강화, 전투 준비, 연합체 구축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설명했다. 특히 일본과의 3국 협력, 인도태평양사령부와의 연계, 필리핀·일본 등 다른 동맹과의 방위협력, 역내 다국적 군사훈련을 강조했다.

과거 주한미군의 대조선 미사일 대응은 한반도 방어라는 틀에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미국은 조선의 미사일을 중국·러시아와 함께 움직이는 인도태평양 전체의 전략환경 속에서 바라본다. 주한미군은 더 이상 한반도에만 묶인 군대가 아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동맹과 파트너를 연결하고 전력을 운용하는 하나의 거점으로 주한미군을 바라본다. 때문에 미국의 공식 성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선의 미사일 발사 하나하나를 전면적인 한반도 위기로 규정하기보다 미국 본토와 일본, 한국, 인도태평양의 다른 동맹국을 포함한 넓은 전략적 방어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2025년의 주한미군 성명에는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부동"하다는 표현이 들어가지만, 2026년부터는 “한국”보다 “미국 본토와 역내 동맹국”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이 변화는 조선의 무기체계가 변화한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선은 이제 단순히 미사일을 쏘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변칙기동과 극초음속 비행, 전략무기 운용능력을 반복적으로 시험하며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상대해야 할 조건을 계속 바꾸고 있다. 10월 3일 시험 역시 조선이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무기체계의 신뢰성과 기동성을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미국은 낮아진 목소리와는 달리 조선의 군사적 현실을 더욱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다. 코브라볼이 뜨고 시가디언이 바다를 훑으며 아레스가 전자신호를 수집한다. 물론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들(미국, 일본, 한국)은 1차 도약점 이후부터는 목표를 소실했다"는 김여정 로동당 총무부장의 말처럼 정보 수집에 실패했을 가능성도 높다.

미사일이 날아가는 하늘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2025년까지 미국은 조선의 미사일을 ‘불법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2026년에는 같은 발사를 두고 ‘현재 평가상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 사이에 조선의 미사일 능력은 계속 발전 중이다. 그리고 그 발전은 그저 일개 무기체계의 능력을 넘어 지정학적 대결에서의 발전이다. 미국은 오늘도 잠들지 못한 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 하늘에 또 어떤 새로운 무기가 날아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