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12 일본의 비핵3원칙 변경 동향, 정태현 글
2026년 10월 8일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연말 개정을 앞둔 국가안보전략 등 안보 3문서에서 비핵 3원칙 가운데 ‘반입하지 않는다’에 대해 긴급 시 예외를 인정하는 정부 견해를 명기하는 안이 정권 내부에서 떠올랐다고 단독 보도했다.
평시에는 비핵 3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위기 상황에서는 미국 핵무기의 일본 반입을 허용할 수 있는 근거를 공식 문서에 새기려는 의도다. 아직 다카이치 정부가 확정한 정책은 아니지만, 전후 일본의 핵정책 상징을 흔드는 중대한 논의라는 점에서 아시아의 경계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제시한 이래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생산하지 않으며, 영토에 반입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자리 잡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81주기 기념식 뒤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이를 “정책상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보 3문서 개정 과정에서 원칙을 재검토할 것인지 묻자, “서술 방식 등에 대해 지금 예단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답하며 앞으로도 지키겠다는 명시적 약속은 하지 않았다.
일본의 이러한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비핵 3원칙은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재확인된 ‘국시’로 불려 왔다. 그런데 다카이치는 이를 ‘정책상 방침’으로 표현했다. 재검토하거나 변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이전 정부의 입장을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비핵 3원칙을 유지하는 기본 방침을 명시하면서도, 긴급 시 핵무기 반입 문제는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말한다. 2010년 오카다 가쓰야 전 외무대신이 제시한 “일본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 통과를 허용하지 않을 수 없는 극단적 상황에서는 정부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공식이 그 토대다.
일본의 비핵 원칙은 이미 예전부터 흔들려 왔다. 2010년 3월 오카다는 미일 사이에 핵무기 반입과 관련한 비밀 합의가 존재했음을 인정했다. 냉전 시절 핵무장 미국 함정의 일본 영해 통과와 항만 기항이 사실상 허용됐으며, 일본과 미국은 ‘반입’의 정의를 달리하며 이 사실을 감췄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 가능성도 논의 대상에 올렸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 자체는 아니지만, 장기간 잠항하는 전략 무기 체계이며 미국의 핵억지 체계와 결합할 경우 일본의 군사적 성격을 크게 바꾼다. 일본유신의회는 비핵 3원칙 중 반입 금지 조항의 재검토와 핵추진 잠수함 조기 도입을 함께 제안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정부의 기존 방침과 다르다고 평가하면서도 모든 과제를 논의 대상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2030년대 중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핵탄두 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인 SLCM-N을 개발 중이다. 일본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공격잠수함에 이 미사일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핵무기 탑재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않는 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에, 일본은 핵무기가 탑재된 잠수함이 자국 항만에 들어오는 현실을 모른 척해야 한다.
일본이 미국 잠수함의 접근을 막지 않겠다면 선택지는 뻔하다. 반입 금지 원칙을 폐기하거나, 통과와 기항을 반입에서 제외해 미국의 해석에 맞추거나, 더 나아가 육상 저장까지 허용해 핵공유의 길을 여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일본은 미국 핵무기의 전진기지가 된다.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해를 내세워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말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핵우산을 더 깊이 끌어들이고, 핵공유를 타진하며, 핵추진 잠수함을 탐색한다. 원폭 피해국이라는 도덕적 간판을 내걸고 핵억지력에 더 깊이 매달리는 행위는 모순을 넘어 기만이다.
‘주변 위협’ 운운하는 일본 지도층의 진짜 목적은 방어에 있지 않다. 위협을 부풀려 군비를 확장하고, 미국의 핵무기를 국토 안으로 끌어들이며, 언젠가 자체 핵무장으로 나아갈 명분을 쌓는 데 있다. 일본의 뿌리깊은 우파 국가주의 노선은 다카이치 정권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중이다.
일본의 핵무장 기도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아시아를 침략하고 식민지배했던 국가가 핵무기를 쥐는 순간, 지역의 힘의 균형은 위태로워진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과거 청산 없이 이루어지는 군사적 팽창을 결코 안심하고 바라봐서는 안된다.
그리고 일본이 비핵 원칙을 수정하는 순간 이 지역의 핵경쟁이 더욱 격화할 것은 뻔한 이치다. 미국의 핵무기 반입, 핵추진 잠수함 배치, 핵공유는 이웃 나라들의 불안을 키우고 군비 확장을 부추긴다. 평화를 말하면서 핵억지력에 더 깊이 의존하는 정책은 결국 전쟁의 위험을 키운다.
일본의 핵무장 기도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된다. 아시아와 세계는 전후 질서를 무너뜨리고 핵확산의 문을 여는 모험을 명확히 규탄하고 막아야 한다. 원폭 피해국이라는 이름을 빌려 핵을 향해 걸어가는 일본의 이중성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