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뒤쳐짐

in #kr-diary9 days ago

다들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다. ChatGPT를 비롯한 AI 때문인 걸까? 예전에는 1년에 논문 한두 편만 써도 꽤 많이 썼다고 생각했고,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고 나면 나름대로 뿌듯했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 공부했고, 계산하고, 고민하고, 글을 쓰면서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있었다. 적어도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preprint를 올린다. 새로운 논문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고, 하루에도 수많은 결과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 연구가 정말 사람이 직접 고민하고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AI에게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여러 번 시도하면서 만들어낸 것인지조차 알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AI를 연구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는 AI를 잘 사용하는 능력도 연구자의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논문이 너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보니, 그 결과가 정말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쩌면 지금의 논문은 예전의 SNS 영상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Facebook, YouTube, Instagram 등에 올라오는 수많은 쇼츠 영상을 보면, 이제는 영상만 보고 그것이 실제 촬영된 것인지 AI가 만들어낸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별도의 표시가 없다면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생성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논문도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다. 논문 하나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논문에 담긴 결과가 얼마나 검증된 것인지, 저자가 정말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학생들을 보면 이런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교과서나 논문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면서 이해하려고 했다. 모르는 것이 나오면 찾아보고, 수식을 따라가 보고, 직접 코드를 짜보면서 어떻게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했다. 물론 그 과정이 답답하고 오래 걸리기는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일단 AI에게 seed를 던지고 질문을 한다. 논문이나 교과서의 내용을 넣어주면 요약이나 핵심적인 내용, 이른바 ‘엑기스’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질문을 던진다.

예전에는 그래도 ChatGPT가 짜준 코드를 받아서 직접 돌려보기라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Codex 같은 도구들이 코드 작성부터 컴파일, 실행, 결과 확인까지 상당 부분을 대신해준다. 그러다 보니 결과는 나왔는데, 막상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느냐?”고 물어보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과는 알고 있는데 과정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앞으로 연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논문이나 저작물에 과연 그 사람 본연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녹아들어가 있는 것일까? 물론 최종적인 아이디어는 그 사람이 제시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문장을 만들고, 수식을 정리하고,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LLM이 개입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 그 사람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 복잡한 문제는 LLM이 만들어내는 결과 자체가 수많은 기존 자료의 학습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결국 어떤 사람의 아이디어와 AI의 생성 능력, 그리고 그 AI가 학습한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연구와 저작물이 뒤섞여 하나의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그 결과물의 ‘저자’는 과연 누구일까?

물론 이런 질문에 지금 당장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사람들의 도덕성과 연구 윤리도 이런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구자가 직접 이해하지 않은 결과를 논문에 넣는 것, AI가 만들어준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지 않는 것, 이런 일이 조금씩 늘어나면 논문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정작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이 그만큼 증가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무엇을 알아냈느냐만큼이나 그것을 어떻게 알아냈느냐가 중요해질지도 모르겠다.

AI가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될수록, 오히려 직접 고민하고 이해하고 검증하는 능력의 가치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다들 너무 열심히 살고 있다. 논문도 너무 많이 나오고, 결과도 너무 빨리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모든 것이 빨라질수록, 나는 오히려 예전에 논문 한 편을 붙잡고 며칠씩 고민하던 때가 조금 그리워진다. 느리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 연구라는 것이 어디까지 변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AI가 연구를 훨씬 쉽게 만들어주는 시대에, ‘연구자가 직접 이해한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마저도 이제는 구시대적인 생각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오늘도 여전히 나는 강의를 듣고, 논문과 책을 한글자 한글자 읽어가면서 지식을 정리하고 있다. 나는 시대에 뒤쳐지고 있는 걸까?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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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AI시대에 고민이 되는 포인트가 많아요. 쓰신 글을 보면서 저는 연구자는 아니지만 고민은 다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남겠죠. 어떻게든. 화이팅!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beoped님은 Ai를 활용하면 오히려 더 강점이 될겁니다.

그 이유는 ai가 편해서 쉽게 논문을 만들어내고 검증 해도 이해 못하고 논문을 내겠지만....
beoped님은 ai를 활용해서 이것이 맞는지 틀린지 교차검증을 하게될테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겠죠.

그리고
우려한 부분은 추가되겠죠..
ai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어느 누군가의 지식일텐데.. 그것을 알 수가 없으니..

ai를 활용한 논문이라고 표시하면 어느정도 수긍하고 넘어가겠죠.
그대신 그 과정과 결과값만 잘 말한다면..
ai를 활용해서 더 나아진 세계가 펼쳐질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면..
내가 말과 마차를 사용하는게 편해서 자동차라는 신문물이 나와도 끝까지 거부하며 안쓰다가 뒤쳐지는 느낌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ai 어려운데..
조금씩 해보려고 노력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