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일은 아마 오늘보다 더 바쁠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비도 오고, 세미나도 연달아 계속 듣고, 저녁에는 회식까지 하고 연구소로 돌아와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운동량이 너무 부족했다. 걸음 앱을 보니 그래도 9,800보 정도는 걸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가게를 왔다 갔다 하고 연구소를 오가면서 생긴 걸음 수가 대부분이다.
오전에 좀 더 많이 움직였어야 했다. 일찍 일어나서 자료를 조금 끄적거리다가 오후 세미나 시간까지 방에서 너무 여유를 부린 탓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이전에 만들어놓은 발표자료를 수정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은 운동을 거의 못 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운동장을 한 시간이라도 돌고 왔을 텐데. 그런데 오늘 비가 참 야속하게 왔다. 많이 내렸다가 조금 그치고, 다시 많이 내리고…… 마치 사람을 약 올리는 것처럼 계속 반복됐다.
오늘은 이것저것 많은 일이 있었다. 방에 돌아와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데만 한 시간을 썼다. 사실 이것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꽤 많이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개인 공부 시간은 또 뒤로 밀린다.
계속 이런 식이다. 해야 할 일들은 하나씩 해결되고 있는데, 정작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는 계속 다음으로 미뤄진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벌려놓았던 일들이 하나둘씩 정리되고 있고, 최근에는 출판 accept도 받았다. 지금처럼 조금만 더 쌓아가다 보면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그래도 지금보다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는 말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괜히 앞서서 기대했다가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 또 실망하게 될 테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생각해보자. 논문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부를 하고, 필요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건강도 챙기고, 조금씩 다음을 준비하는 것. 결국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들뿐이다. 내일은 아마 더 바쁘겠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보자. 너무 멀리 내다보지는 말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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