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데이비드 이글먼

in #kr-book • 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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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약 1.4kg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은 기관은 인간의 사고와 감정, 행동을 모두 만들어 낸다. 현대 뇌과학은 뇌에 대해 많은 사실을 밝혀냈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영역도 무척 넓다. 수천억 개의 뉴런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작동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네트워크가 어떻게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지는 아직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뉴런들의 연결 구조를 수학적으로 모사한 것이 신경망(Neural Network)이며, 이를 바탕으로 발전한 계산 모델이 오늘날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이다. 물론 현재의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학습 원리를 일부 아이디어 차원에서 차용하여 발전해 왔다. 인상적인 점은 물리적인 뇌의 상태가 우리의 생각과 선택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의식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뇌가 이미 수많은 계산과 판단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의식적인 사고는 무의식적인 처리보다 느리고, 때로는 더 부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원칙 중 하나는 "뇌는 꼭 필요한 것만 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평소 혀가 입안 어디에 놓여 있는지 의식하지 않는다. 그 정보를 계속 기억하고 있을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뇌는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생존과 행동에 필요한 정보만 의식으로 끌어올린다. 우리는 흔히 눈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뇌는 외부 세계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때로는 빈틈을 메우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정보까지 만들어 낸다. 뇌에게 중요한 것은 신호가 어디에서 왔는지가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가장 그럴듯한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외부 세계를 완벽하게 복사한 결과가 아니라, 뇌가 끊임없이 재구성한 결과물에 가깝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보고 있는 셈이다.

여담으로 뇌는 꼭 필요한것만 안다와 관련되어 이기적인 뇌 이론이 있다. 관련 내용을 (비만의 역설 - 우리는 왜 살이 찌는가)[https://steemit.com/krbook/@beoped/r8nrp] 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러한 뇌의 특성은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신경 회로는 진실을 완벽하게 재현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만들어 내도록 진화했다. 본능은 이러한 사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과연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무의식적인 신경 활동의 결과일 뿐일까?
아니면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넘어서는 진정한 '선택'이 존재할까?

안타깝게도 현재의 과학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 뇌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점점 더 자세히 밝혀내고는 있지만, 그것이 곧 자유의지의 부재를 의미하는지, 혹은 자유의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철학과 과학이 함께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이 대목을 읽으며 김남호 교수의 『당신은 자유로운가』가 떠올랐다. 그 책 역시 자유의지를 철학과 과학의 관점에서 다루며,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하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예전에도 이 주제에 대해 **(우리에겐 자유 의지란 것이 있는가)[https://steemit.com/krdiary/@beoped/7rm4dj] )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글먼의 책은 그때의 고민을 뇌과학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을 다루는 뇌과학 책이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철학과 심리학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존재는 무엇인지, 의식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인지. 과학적 사실을 흥미로운 사례들과 함께 소개하면서도, 독자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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