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의 메뉴판이 한 해에 여섯 번 바뀌었습니다

집 근처 카페에 자주 갑니다.

같은 카페를 1 년 넘게 다녔는데, 그 사이에 메뉴판이 여섯 번쯤 바뀌었습니다. 정확한 횟수는 아닐 수 있고, 기억으로 추산한 숫자입니다. 분기에 한 번 정도라는 페이스로 보면 됩니다. 사장님은 한 분이고, 카페 자체는 자리도 그대로이고 분위기도 그대로입니다. 메뉴판만 계속 바뀝니다.

바뀌는 방향이 일관되지 않다는 게 한참 보다 보니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시기에는 시즌 한정 메뉴를 늘리는 방향이었습니다. 봄·여름·가을 메뉴라는 묶음이 메뉴판 위쪽에 있었습니다. 다음에 가니까 시즌 한정이 사라지고 디저트 종류가 늘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디저트가 줄고 커피 원두를 두 종류로 분리한 메뉴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한 번은 메뉴판 자체가 종이에서 작은 디지털 보드로 바뀌었다가, 다음 분기에 종이로 돌아왔습니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사장님이 바쁘게 변화를 굴리고 있다는 게 보였고, 그 변화가 한 방향으로 누적되는 모양은 아니라는 게 같이 보였습니다. 각각의 시도가 독립적으로 굴러가고, 한 시도의 결과가 다음 시도의 입력으로 쓰이는 흐름은 잘 안 보였습니다.

사장님께 직접 여쭤본 적은 없습니다. 손님이 운영에 의견을 내는 게 부적절해서 매번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는 정도로 지냈습니다.

다만 이 카페를 한 해 동안 본 감각이 portfolio 운영과 자꾸 겹쳐졌습니다.

저도 119 개의 사이트를 굴리면서 매주 무언가를 바꾸고 있습니다. 한 사이트의 카피를 바꾸고, 다른 사이트의 CTA 를 옮기고, 또 다른 사이트의 메타 태그를 정리합니다. 매주의 변경 목록을 적어두면 카페의 메뉴판 변경 횟수와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분기에 한 번 정도의 변경이 아니라 매주 단위의 변경이라는 점에서 빈도는 더 높습니다.

빈도가 더 높다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카페의 메뉴 변경이 한 방향으로 누적되지 않아 보였던 이유는, 변경마다 결과를 측정하고 다음 변경에 반영하는 흐름이 안 보였기 때문입니다. 시즌 메뉴가 매출에 어떻게 찍혔는지가 사장님 안에서 데이터로 정리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손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정리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의심을 카페 사장님께 던지는 건 부적절하고, 자신의 운영에 같은 의심을 던지는 건 적절합니다.

지난 한 달 portfolio 의 변경 목록을 펴보면, 50 개가 넘는 변경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 50 개 중에 변경 전후의 데이터를 비교한 게 몇 개인지를 세어보니 10 개가 안 됩니다. 나머지 40 개의 변경은 변경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고, 그 변경이 무엇을 바꿨는지에 대한 측정이 비어 있습니다. 카페의 메뉴 변경과 다른 모양이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가 다릅니다.

카페는 매출이 매일 들어옵니다. 명시적으로 측정을 안 해도 매출의 변화가 한 달 단위로 자기 안에서 정리됩니다. 메뉴 변경이 매출을 올렸으면 살아남고 떨어뜨리면 다음 변경이 들어옵니다. portfolio 의 사이트는 매출이 거의 0 이라 그 자동 측정이 안 굴러갑니다.

카페의 메뉴판이 여섯 번 바뀐 게 운영의 결로 어떤 모양인지를 손님의 자리에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50 개 변경에 대해 단정할 수 있는 건 자기뿐인데, 측정 없는 변경이 40 개라는 사실이 카페 사장님의 운영을 보던 그 모양과 닮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