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0개의 의사결정 구조 — 왜 그렇게 굴러가는가

회의를 한 달 동안 한 번도 안 했습니다.

지난 1 년의 평균이 그렇습니다. 회의가 아예 없는 달이 절반쯤이고, 나머지 달에도 외부 미팅이 한두 건 끼는 정도입니다. 1 인 운영이라는 점이 표면적인 이유인데, 그 표면 아래에 회의 0 개의 의사결정 구조가 따로 작동하고 있어서 한 번 풀어두려고 합니다.

회의가 있는 조직에서는 결정이 회의 안에서 일어납니다. 회의 전에는 의견이 다르고, 회의 동안에 부딪치고, 회의 끝에 한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누군가의 반대가 결정의 정확도를 살짝 밀어 올리기도 합니다. 결정의 정확도가 회의 자체에서 만들어집니다.

1 인 운영에서는 그 자리가 없습니다.

결정은 자기 안에서 일어납니다. 외부의 반박이 결정 안에 안 들어온다는 뜻이고, 결정이 빠른 만큼 자기 시야의 사각지대가 결정 안에 그대로 박힙니다. 회의가 있었다면 누군가가 "그 가정이 맞나" 라고 물었을 자리가 비어 있고, 그 자리에 자기 가정이 그대로 통과합니다.

이 구조의 트레이드오프는 이렇습니다.

빠르기는 회의 있는 조직보다 5 배에서 10 배 빠릅니다. 회의 일정·참여·정리에 드는 시간이 다 없습니다. 한 시간 회의가 5 분 노트로 줄어들고, 5 분 노트도 안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의 양이 같은 시간 안에 훨씬 많이 나옵니다.

정확도는 떨어집니다. 외부 view 가 안 들어온 결정의 비율이 5 할 가까이 되고, 그중 일부가 시간이 지난 뒤에 틀린 결정으로 판명납니다. 외부 view 없이도 맞을 수 있는 결정과 외부 view 가 있어야 정확해지는 결정이 섞여 있는데, 둘을 사전에 구분할 방법이 회의 0 개 구조 안에는 없습니다.

회의 없이 굴러가는 게 가능한 건 결정의 단위가 작기 때문입니다. 한 결정의 영향 범위가 한 사이트 안이거나 한 기능 안이고, 다른 100 개 사이트에 그 결정이 번지지 않습니다. 한 사이트의 결정이 틀려도 그 사이트만 영향을 받고, 일주일이나 한 달이 지난 뒤에 결과가 데이터로 들어오면 그때 정정합니다. 외부 view 가 빠진 자리를 시간과 데이터가 메웁니다.

큰 조직에서는 한 결정이 수십 명의 작업에 묶이고, 그 결정이 틀리면 수십 명의 시간이 같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결정 전에 회의를 열어서 정확도를 올리는 비용이 정당화됩니다. 1 인 운영에서는 한 결정이 자기 작업 며칠에 묶이고, 틀려도 자기 며칠만 흔들립니다. 회의를 열어서 정확도를 올리는 비용이 그 며칠보다 비쌉니다.

외부 view 를 빌려오는 길이 따로 있기는 합니다. 스팀잇 같은 글을 쓰는 자리가 그 길의 하나입니다. 결정을 풀어서 글로 적으면 글을 쓰는 동안에 자기 가정이 한 번 다시 보입니다. 회의의 외부 view 만큼 강하지는 않은데, 자기 안에서만 굴리는 것보다는 약간의 검토가 더 들어갑니다.

가장 무거운 부분은 검증 부재 자체에 익숙해진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외부 view 가 없어서 결정이 불편합니다. 한 두 달이 지나면 그 불편이 사라지고, 1 년이 지나면 자기 가정이 옳다는 감각이 기본값이 됩니다. 그 시점에서 회의 있는 조직의 결정 흐름을 보면 답답해 보이는데, 그 답답함이 1 인 운영 1 년차의 가장 위험한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답답해 보이는 건 그 흐름이 자기 속도보다 느려서이지 정확도가 떨어져서가 아니라는 점을 자주 잊습니다. 회의 0 개로 굴러가는 1 년이 회의 있는 1 년보다 정확하다는 증거는 portfolio 안에 없습니다. 빠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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